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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쇼크, 지나친 외국 자본 의존, 내수 기반 취약이 원인

포크다이너 2009. 11. 29. 21:11

지나친 외국 자본 의존, 내수 기반 취약이 원인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사진이 걸려 있던 두바이 도심의 한 광고판에서 지난달 ‘그’가 사라졌다. 새 광고판은 ‘에미리트연합 만세’라는 구호와 함께 이웃한 아부다비의 지도자이자 아랍에미리트(UAE)의 대통령인 셰이크 칼리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요즘 두바이와 그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돈줄이 막히면서 어려움에 빠진 두바이의 뒤를 봐준 것은 그나마 이웃한 아부다비였기 때문이다.

◆사막의 기적으로 떠오르다=금융위기가 터지기 전만 해도 두바이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사막을 초현대식 도시로 변모시킨 셰이크 모하메드의 리더십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도 뒤늦게 ‘두바이 벤치마킹’에 나설 정도로 그의 리더십에 관심을 표명했다.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하나인 두바이는 1960년대까진 사막 주변에서 어업과 진주잡이로 살아가던 작은 항구였다. 70년대 들어서야 유전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90년대 셰이크 모하메드 국왕이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펼치면서 말 그대로 ‘사막의 기적’으로 떠오르게 된다.

 



모하메드는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는 언젠가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래서 두바이를 중동의 무역·금융·관광 중심지로 변신시키려 했다. 이를 위해 자본과 사람을 두바이로 끌어들일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그는 외국기업에 대해 최소한의 규제마저 없애는 파격적인 개방정책을 도입했다. 경제자유구역에서는 ▶외국인 지분 100% 인정 ▶소득세·법인세 면제 ▶인허가 원스톱 서비스 등의 혜택을 주었다.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는 대규모 건설과 금융 분야 인프라 구축에 투자했다. 이런 과감한 탈규제·개방정책으로 두바이는 21세기 세계의 무역·금융·관광 허브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한겨울에도 섭씨 30도가 훌쩍 넘는 무더위이지만 인공스키장 ‘스키 두바이’에선 인공눈 위에서 스키와 썰매를 즐기는 외국인들이 넘쳐났다. 세계 최대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버즈 두바이 등 유명 건축물도 속속 등장했다. 노무현·이명박 대통령도 모하메드의 상상력과 리더십을 치켜세우며 두바이의 성공에 찬사를 보냈다.

◆무엇이 문제였나=두바이의 급성장에는 국제금융시장의 풍부한 돈줄도 한몫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돈을 풀었다. 이렇게 넘쳐나는 돈들이 두바이의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위기로 퍼지면서 두바이 경제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바이 경제를 이끌 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직격탄을 맞았다. 부동산 경기가 추락하면서 해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여기에 주력산업인 무역·관광·금융부문이 금융위기로 연달아 타격을 받았다. 한때 두바이 인구의 90%를 차지했던 해외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고 두바이를 떠나고 있다. UBS에 따르면 지난해 말 146만4000명이었던 두바이 인구는 올해 말까지 8% 줄고 2010년에 추가로 2%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해외 근로자의 유출은 소비와 부동산 수요의 위축을 불러 두바이 경제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바이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8%에 달했음을 감안하면 ‘추락’에 가깝지만, 이마저도 달성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두바이의 몰락 원인으로는 단기간에 지나친 투자와 개발을 한 점과 높은 외국자본 의존도가 꼽힌다. 여기에 내수기반이 취약하고 제조업이 약하다 보니 금융위기 같은 세계적인 불황이 닥칠 때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연세대 성태윤(경제학) 교수는 “두바이의 추락은 아이슬란드와 동유럽의 경우처럼 해외자금 차입에 의존한 경제의 취약성을 보여준다”며 “두바이의 경제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바이의 비상과 몰락을 한 사람의 전제군주가 주도했던 강력한 리더십의 한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통치자의 상상력과 장기적인 비전도 중요하지만 분권화된 민주사회에서 쉽게 적용될 수 있는 발전모델은 아니라는 얘기다.

 

 

 

 

넘치는 오일달러와 부동산 개발 호황으로 새 글로벌 금융허브로 떠올랐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금융자본 이탈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려앉고 있다.

 

두바이 정부는 26일 두바이월드 채권단에 내년 5월 30일까지 6개월간 채무상환을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두바이월드는 두바이 최대의 국영개발업체로, 이 회사의 총 부채 지난해 말 기준 593억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는 내달 14일 만기인 자회사 나킬(Nakheel)의 35억2,000만 달러의 채무도 포함돼 있다. 나킬은 두바이 랜드마크로 개발 중인 세계지도와 야자수 모양의 거대 인공섬 '팜 아일랜드'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업체다. 두바이월드의 디폴트(default) 선언은 '사막의 기적'을 외쳤던 두바이의 쇠락을 상징하고 있다.

 

두바이 부침의 원인

 

두바이의 급속한 성장과 쇠퇴는 모두 금융 자본에서 비롯된다. 지난 6년 여간 고유가로 오일달러가 넘치던 두바이는 놀라울 속도로 세계 금융자본을 빨아들이며 새 글로벌 금융허브로 급성장했다. 잇단 고급 건축물 프로젝트 발주로 모래 벌판은 세계 굴지의 건설사들이 노리는 건축 수주의 각축장이 됐다.

 

하지만 너무 빨리 달아 오른 탓인지, 시장 냉각 역시 빠르게 나타났다. 잇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로 급증세를 보이던 부동산 가격이 1~2년 전부터 급락하기 시작, 현재 정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특히 지난해 10월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두바이 거품에 직격탄을 날렸다. 위축된 세계 자본이 하나 둘 빠져나가면서 두바이는 이제 더 이상 돈이 넘쳐나는 '배부른' 나라가 아닌, 어디서든 자본을 끌어와야 할 정도로 궁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 여파로 건설 중이던 공사들이 잇달아 중단되면서 역동적이던 두바이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업체에 미칠 여파

 

두바이의 거품이 급속히 꺼지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이 받을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두바이 악재가 국내 건설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유예 조치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곳은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삼성물산은 두바이월드 자회사인 나킬이 발주한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팜 제벨알리 교량공사와 6,900만달러 규모의 둡이 워터프론트 운하 교량공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40% 이상의 공정을 마친 상태지만 발주처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공사는 이미 몇 달 전에 중단된 상태다. 공사비를 받은 만큼 공사를 진행해 사업 손실은 없지만 디폴트 선언으로 전체 공정을 제대로 끝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성원건설과 반도건설 등 두바이 진출 건설사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나킬이나 두바이월드가 발주한 공사와는 무관한 사업들이라 국내 건설사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향후 수주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점에선 간접적인 피해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이 9월말 현재 보유한 두바이 채권 잔액은 8,800만 달러로 1억 달러에 못 미치며 이 중 두바이월드에 대한 채권 잔액은 3,200만 달러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