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sica Gomez。한국인이 그녀를 거부할 수 없는 ⑥가지
Jessica Gomez
(제시카 고메즈)
"고메즈?"
한국인 귀에 친숙하게 감기는 외국어 성씨는 아니다.
여성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중성적 느낌마저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앞에 '제시카'란 이름이 붙으면 그 느낌은 180도 돌변한다. 현재 '제시카 고메즈(24)'란 이름은 이국적인 신비감, 뉴요커다운 세련됨, 그리고 여성의 건강미를 대변하는 '워너비' 이미지로 각인됐다. 지금 당장 TV-CF 속에서 격한 눈빛의 이국적인 혼혈 여성이 눈에 띈다면 99% 제시카 고메즈라고 확신해도 좋을 만큼 빈번하게 등장한다. 그녀가 발산하는 건강한 섹시미에 한국인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얘기다.
"멋지잖아요. 자신감 넘치는 노출은 물론이고 여자가 봐도 환상적인 굴곡과 탄탄한 종아리는 눈길을 안 줄 수가 없어요."(직장인 서지현 씨) 최근 한 스포츠 신문이 조사한 '키스하고 싶은 여자 연예인 순위'에서 그녀는 1위 신민아 2위 한예슬에 이어 간발의 차이로 3위를 차지했다. 그가 한국 연예계에서 정식으로 활동하지 않는 순수 외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일이다. 심지어 한국 청소년들은 그녀를 '고메즈 누나, 고 언니'라고 부를 정도다.
현재 그녀는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외국 모델로 분류된다. 자동차 통신사 등 최고급 이미지 광고를 위시해 그녀가 등장한 거의 모든 광고가 세간의 화제를 모았을 뿐만 아니라 케이블TV는 물론 공중파에서도 그녀는 섭외 1순위 게스트다. 26일에는 MBC 생활건강 버라이어티쇼 '몸몸몸'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물론 주제는 다름 아닌 그녀의 '아름다운 몸'이었다.
MBC 생활건강 버라이어티쇼 ‘몸몸몸’에 등장한 제시카 고메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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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미지
'건강한 섹시'
"그녀는 특급 모델은 분명 아니에요. 그런데 이미지만큼은 최상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한번쯤 광고모델로 고려했을 정도로 매력적이에요."(D광고기획사 관계자) 그녀가 처음 한국인에게 얼굴을 알린 뒤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 소나타 광고에 불과 2-3초 비치는 단역으로 출연했지만 시청자들은 자동차보다 "쟤 누구니?"라며 모델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엘지전자 싸이언 광고에서 도발적인 비키니 자태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고 지난해 연말에 방영된 '마이 네임 이즈 제시카 고메즈'라는 케이블TV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활동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고메즈의 급부상을 보고 떠오르는 인물은 다름 아닌 '내 이름은 김삼순'에 등장해 지금은 세계적 스타로 성장한 다니엘 헤니다. 영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헤니는 단박에 영국 신사를 연상케 하는 세련된 외모와 매너로 한국 여성들의 공허함에 절묘하게 파고드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헤니는 절반은 한국인이었고 어설픈 한국말이라도 대화가 가능한 '교포' 이미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고메즈는 한국인이기는커녕 한국어를 한마디도 쓰지 않고도 초특급 스타 반열에 오른 첫 케이스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도대체 왜 한국인들은 20대 중반의, 한국과 전혀 무관한 패션모델에 열광하는 것일까?
① 혼혈이 주는 신비함
"그녀는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호주사람이 아닐까요?" 호주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 중인 고메즈는 육감적인 몸매와 동서양이 섞인 매력적인 마스크를 무기로 삼는다. 그녀의 장점은 조금은 번잡한 듯 보이는 국내 연예계와는 완벽하게 단절된 이방인이라는 점. 한국인들에게는 조금은 낯선 땅으로 인식된 '호주'라는 지역적 특성에 포르투갈인 아버지와 중국계 싱가포르인 어머니와의 혼혈이라는 점도 그녀의 신비감을 부각시키는 데 적잖은 플러스 요인이 됐다.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한국어를 못한다는 점도 신비감을 부채질하는 요소로 돌변했다는 평가다. 그간 한국의 톱스타들은 각종 연예프로그램을 통해 소소한 일상사까지도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노출해야 하는 이중의 고통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고메즈는 뉴욕에서 아주 우아하게 날아와 한국 연예계에 안착한 셈이다.
② 섹시한 듯 섹시하지 않은 노출
"그녀를 섹시하다고 말하는 것은 건강미에 대한 실례죠."
고메즈는 비키니 전문 모델 출신이다. 이른바 새롭게 '몸짱'의 반열에 등극한 샛별인 셈이다. 지금도 인터넷 검색창을 눌러보면 세계적인 스포츠매체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촬영한 비키니 화보는 물론 빅토리아 시크릿, DKNY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모델로 등장한 수많은 비치웨어 및 란제리 화보를 감상할 수 있을 정도다. 일찍부터 화보 관계자들은 "동양적인 청순한 얼굴에 서구적인 글래머 몸매를 갖춘 아름다움"이라고 그녀를 칭송해왔다. 심지어 그녀는 전문 모델 출신답게 토플리스(Topless, 상반신 노출)까지 마다치 않는 과감함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그녀의 이미지가 천박하게 흐르지 않은 이유는 온몸에서 풍기는 당당함과 카리스마에 있다는 평가다. 문화평론가 최영일 씨는 "노출마저도 패션으로 소화해내는 당당한 서구 여성미를 동양의 마스크를 한 모델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한국 여성들이 열광하고 있다"며 "그녀의 이미지는 단순한 섹시함이 아니라 건강미로 해석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③ 건강미 넘치는 톰보이 이미지
떡 벌어진 어깨 큼지막한 골반, 게다가 남태평양 원주민을 연상케 할 정도의 구릿빛 태닝… 그녀의 노출이 여성들마저 흥분시키는 이유는 당당함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다. 패션계 관계자들은 "고메즈 등장 이후 비키니가 섹시함보다는 자신감으로 코드가 바뀌었다"고 말할 정도다. 게다가 그녀는 일반적인 예쁜 연예인과는 상반되는 이미지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한국에서 인기를 끈 2008년 그녀의 두 번째 한국 방문 행사의 백미는 다름 아닌 야구장 시구였을 정도. LG 트윈스 복장을 입고 등장한 고메즈는 늘씬한 몸에서 뿜어 나오는 호쾌한 시구로 한국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구 직후 그녀의 발언도 인상적이었다. "뉴욕에서 살던 시절 양키즈 경기에 가본 적이 있다", "LG야구선수 봉중근은 친절하고 멋진 매력적인 남자다"라는 식의 발랄한 발언으로 호평을 받은 것. 그녀는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로 축구를 꼽기도 했는데, "여자도 운동할 때 멋있다"고 말하는 섹시한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의 등장에 시청자들은 문화적 충격을 받은 셈이다.
스타화보 촬영현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제시카 고메즈.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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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뉴욕, 영어 그리고 패션계
물론 그녀에게 안티팬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공격은 그녀가 과포장 됐다는 것. 일부 언론에서 "고메즈는 뉴욕 톱 모델 출신"이라고 소개한 대목을 문제 삼고 "고메즈는 미국의 평범한 모델에 불과하다"고 맞받아친다.
그러나 이미 그녀의 레벨에 대한 논란은 부질없는 짓이 됐다. 최근 패션모델이란 단순한 '패션산업 종사자'를 뛰어넘어 시대를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이자 전지구를 무대로 활동하는 '세계인'이란 고급 이미지를 구축했기 때문. 게다가 '세계의 수도격인 뉴욕에서 활동하는 모델'이라는 기호는 순식간에 한국의 연예계마저 초라해 보이게 만들 정도로 위력적인 코드로 돌변했다. 게다가 패션모델인 그녀의 장식과 치장 하나하나는 그대로 뉴욕 패션의 교과서나 다름없다. 서구문화를 지향하는 아시아 젊은 여성에게 그녀는 가장 이상적인 롤 모델인 셈이다.
⑤적극적인 친한(親韓) 발언
"한국 사람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기후도 좋고 비빔밥도 맛있다(…)기회가 되면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
그녀의 적극적인 친한 발언 또한 한국 팬들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는 숨은 요인이 됐다. 어찌 보면 그저 그런 비키니 모델을 세계적인 모델로 발돋움하게 한 것이 현대나 LG 같은 한국의 광고주였고 한국의 방송계였다. 게다가 한국 연예시장은 아시아의 허브라고 할 정도로 그리 호락호락한 규모가 아니다. 다니엘 헤니가 한국의 인기를 바탕으로 미국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을 받은 것이 단적인 사례다.
때문에 그녀가 자신을 발탁한 한국시장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나아가 계산된 발언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친한파 외국인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은 무한대로 관대하다는 점이다.
⑥ 적절한 수위의 로맨스
"결혼 상대는 박명수가 제격" "정우성 씨 만나보고파" "가수 테이와 키스씬 좋았다"…. 이방인인 그녀의 한국 연예계 안착 과정은 무척이나 계획적으로 이뤄진 듯한 인상을 준다. 그녀는 매우 가벼우면서도 선정적인 로맨스로 신비감과 친숙함을 조장한 흔치 않은 케이스다.
한국어가 불가능한 그녀는 주로 남자가수의 뮤직비디오나 비키니 화보, 게다가 CF에서 조차도 상대 남성과의 키스씬 혹은 "관심 있다"는 투의 발언으로 자극적인 연예매체들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가십성 기사에 목마른 한국 연예계의 속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얘기고 실제 그같은 뉴스 직후 고메즈는 즉각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최영일 씨는 이를 놓고 "신비로운 이방인이 국내 연예인 네트워크에서 미묘한 역할을 하는 것 같은 인상이 한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면서 "고메즈는 국내 연예계와 해외 연예계의 경계를 튼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