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운전자 질병의 51.9%가 간질환이라는 조사가 있었다. 현대인들이 끝임 없는 생존경쟁 속에서 겪는 열등감, 분노, 소외감, 과로, 음주 등 종합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간이 혹사된 결과다. 물론 간질환이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다.
동의보감에 이미 주요한 병인으로 간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大怒氣逆則傷肝(분노하여 기가 잘 순행하지 못하면 간을 상한다). 다만 스트레스가 급증한 현대 도시생활환경 속에서 그 빈도가 높아졌을 뿐이다.
호호호일침한의원의 임상결과는 다른 측면에서 간질환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획기적인 사례다. 지난 일년간 호호호일침한의원에서 진료한 환자 중 237명의 492개 증상이 간병(肝病)으로 진단되어 치료한 결과 현저한 치료효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임상결과에 따르면 허리디스크, 요통, 관절염, 견비통, 두통, 안면마비, 갑상선질환, 만성피로, 안구건조, 녹내장, 알러지성 비염, 축농증, 아토피성 피부염, 갱년기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간기능 문제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허리디스크, 요통, 관절염, 견비통, 두통, 목디스크, 항강통 등이 56.5%나 된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전체 디스크..항강통 환자의 56.5%가 간병 때문이라는 건 아니고, 일침한의원에 내원한 환자 가운데 간병으로 인해 발생한 증상의 56.5%이기 때문에 통계학적인 유의성을 확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만성질환에 대한 기존의 접근방법이 과연 효과적인지 의문을 갖게 하는 중요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요통이나 만성피로 아토피 등 이제까지 다른 요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혹시 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무릇 간병에 약한 유형은 결벽증이 있거나 지나치게 소심한 사람, 겁이 많은 사람,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용감한 사람, 쉽게 짜증이나 화를 내는 사람 등이다. 또한 간이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대부분 첫째, 간이 허(虛)하거나 간혈이 부족한 경우, 둘째, 간에 열이 있는 경우, 마지막으로 간에 사(邪)가 실(實)한 경우 등 세 가지다.
간이 허하거나 간혈이 부족하면 1) 쓰러질 듯이 어지러운 증상 2) 눈이 침침한 증상 3) 피부건조증 3) 알러지성 비염 4) 알러지성 피부염 5)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간이 허하거나 간혈이 부족한 사람은 간 자체의 허증이나 혈을 보충하기 위해 간의 본맛인 신맛을 좋아하게 된다. 마(산약), 개고기, 부추, 모과차를 먹거나 마시면 좋다. 한의학적인 치료방법은 보혈(補血)이다.
간에 열이 있는 경우는 1) 눈에 충혈이 잘되고 심하면 눈 혈관이 터지는 증상 2) 정수리에 열이 나거나 아픈 증상 3) 음주후 심한 주사(酒邪) 증상 4) 축농증 등 증상이 나타난다. 간에 열이 있는 사람은 간의 열을 식히기 위해 간의 열을 완화시켜주는 단맛을 좋아하게 된다. 멥쌀, 소고기, 대추, 아욱, 결명자 등이 좋다. 청간(淸肝)하여 열을 내려주는 것이 한의학적인 치료방법이다.
간에 邪(사)가 실(實)한 경우에는 1) 변비가 오랫동안 심하거나 치질 증상 2) 척추 바깥쪽 근육이 아픈 요통이나 디스크 증상 3) 무릎 안쪽이 아픈 관절통증 4) 만성적인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보인다. 간에 邪(사)가 실(實)한 사람은 간의 사(邪)가 실(實)한 것을 흩트리기 위해 매운맛을 좋아하게 된다. 이런 사람에게는 기장, 꿩고기, 복숭아, 파 등이 좋다. 한의학적인 치료 방법은 사간(瀉肝)하여 간의 사기(邪氣)를 제거하는 것이다.
여자에게만 있는 간 관련 질병으로는 생리나 자궁이상으로 인한 불임증, 생리통, 생리불순, 자궁질환 등이 있다.
간병으로 인한 증상은 하루 중 해질 무렵, 계절적으로는 가을에 심해진다. 간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분노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남과 비교하는 마음을 갖지 않도록 해서 열등감의 원천을 없애고 남의 이목에 너무 신경쓰거나 눈치를 보지 말고 느긋하게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작은일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자원봉사활동이나 종교생활을 통하여 긍정적인 사고를 배양하고 좀 덜 가지고 좀 더 베푸는 삶의 태도는 간을 건강하게 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밤낮을 바꾸어 야간에 주로 작업, 공부, 채팅을 하면 간에 아주 안 좋다. 간을 생각한다면 아침형 인간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많은 현대인의 질병은 이런 생활방식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간에 좋은 운동요법도 있다. 똑바로 앉아서 양손을 서로 깍지를 끼고 뒤집어 손등이 가슴을 향하게 하여 잡아당기기를 15회씩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