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좋아해 2008. 2. 12. 20:53


내 인생을 바꿔놓은 여행지 20
Paradise Revisited



중세의 신학자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단지 그 책의 한 페이지만을 읽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지성이자 여류 평론가인 풀러는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을 떠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리고 2007년 7월, <럭셔리> 여행 특집에 등장한 20인은 이런 말을 남겼다. “여행은 나 자신과 인생을 바꿔놓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시공時空”이라고. 그들이 만나고 온 여행지가 왜 특별한지, 각자 가슴속에 품고 있던 가슴 벅찬 이야기를 자신이 직접 찍은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풀어놓았다.



사진은 여행작가 김영주가 찍은 토스카나.


히바는 두 개의 성곽으로 이루어졌는데 디샨칼라라는 외벽이 있고, 그 안에 이찬칼라라는 내성이 있다. 한적한 이찬칼라의 성벽을 따라 서서히 걸으며 분주한 일상을 잊곤 했다고. 더욱이 밤이 되면 미나레트마다 아름다운 조명으로 도시 전체가 예술품이 된다.

KHIBA
1.화가 강소영

여성의 욕망을 버리고 찬란한 자연의 색을 그리게 된 히바

“초창기에는 구두나 주얼리, 백과 같은 액세서리를 오브제로 사용해 여성의 욕망을 작품에 담았어요. 그런데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한 후에는 자연의 에너지를 화폭에 담고 있죠. 여행길에서 알게 된 고려인 화가가 적극 추천해 떠난 곳인데 처음 발을 딛는데도 본향本鄕같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녀의 예술혼을 뒤흔든 곳은 우즈베키스탄 서남부에 위치한 히바. 히바는 오아시스에 지은 성곽 도시로 유적 50여 곳과 250여채의 집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곳에 머무른 2주 동안 그녀에게 큰 감명을 준 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색감이다. “건조한 모래땅 위에 흙으로 지은 도시인지라 주위가 온통 흙빛이에요. 그래서인지 패브릭, 목공예품 등은 컬러가 매우 찬란해요. 강렬한 원색으로 척박한 삶을 아름답게 채색하려는 듯이 말이죠.

이곳에서 구입한 스카프를 스튜디오 한 벽에 휘장처럼 걸어두었는데 볼 때마다 강렬한 색채가 제게 영감을 줘요.” 그 후 그녀는 작품에 찬란한 색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자연의 에너지를 화려한 색채로 표현해내는 것이다. “이 여행에서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추억은 사막에서 보낸 시간이에요. 히바는 ‘검은 모래’라는 의미의 카라쿰 사막과 ‘붉은 모래’라는 키질쿰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사막 한가운데에 천막 형태로 지은 이동식 가옥 율타yarta에서 3일 정도 머물렀죠. 사막에 밤이 찾아오자 무수한 별이 머리 위로 쏟아지는데 마치 별들이 다가와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자연이 내뿜는 뜨거운 에너지가 제 온몸으로 흡수되는 느낌.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요. 이 여행을 통해 자연만큼 아름답고 경건한 예술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스스로 자연주의 작가라고 칭하는 강소영. 그녀는 오늘도 풍경화를 그린다. 자연과 더불어 내면의 풍경화를.

MILANO
2 치오앤파트너스 김치호 대표
사람이 인테리어에 우선해야 한다는 깨달음, 밀라노

치호앤파트너스의 대표이자 대학교수로 종횡무진 명성을 떨치고 있는 김치호 대표. 그에게 밀라노가 특별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실내 건축을 전공한 그가 유학을 결심했을 무렵, 밀라노는 유학생들 사이에서 불모지로 불렸을 만큼 인지도가 낮은 도시였다. 하지만 당시 관심을 갖고 있던 가구 분야의 디자인으로 꽤나 유명한 도시가 밀라노라는 사실에 주저 없이 유학을 떠났다. 그가 말하는 밀라노의 매력은‘무브먼트’란다. 디자인, 패션, 아트 등과 관련된 행사와 전시가 365일 끊이지 않고, 계절별로 볼거리가 풍성하며, 사람들의 움직임 자체가 예술의 한 분야로 다가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두오모 성당이 상징하는것은 비단 놀라운 건축 기술과 조형미만은 아닙니다. 6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완성도 높게 지으려 했던 그들의 책임감이야말로 밀라노 디자인의 표본이라고 볼 수 있죠. 특히 산업적으로 밀라노 디자인은 완성도가 매우 높습니다. 마감재, 조명, 동선 등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선택하죠. 거기다 유머러스한 멋까지 있어요. 마치 놀이를 하듯 아이디어를 풀어내는 이탈리아인의 방식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디자인의 본질적인 가치를 몰랐을 테니까요.” 멋있는 겉모양, 다소 심각한 형태 등 어린 시절 그가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 것들은 모두 밀라노를 통해 깨지고 다듬어졌다.

심각한 것보다는 즐겁고 유쾌한 디자인, 그리고 인간과의 커뮤니케이션 속에 존재하는 디자인의 본질을 밀라노에서 깨달은 것이다. 지금도 그는 자신이 만든 공간에 머무르게 될 사람을 상상하며 인테리어 디자인을 한다. 사람들의 삶 자체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공간과 사람 사이의 조화를 꾀하고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 그가 지금 하는 일이자 밀라노가 그에게 가르쳐준 것이다.

1 패션을 이야기하고 공간의 미학을 토론하며 술을 즐기던 단골 바는 지금도 밀라노에 갈 때마다 들르는 곳. 조나 브레라Zona Brera에서 비아 가리발디Via Garibaldi를 연결하는 동네풍경은 김 대표가 밀라노에서 특히 좋아하는 지역 중 하나라고.


유럽의 귀족과 부호들이 즐겨 찾는다는 그란 바이아 델 두케 리조트는 스페인이라고는 하나 모로코에 더 가까워 이슬람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다. 크루즈를 타고 그 근처 바다로 조금만 나가면 돌고래도 쉽게 볼 수 있다. 리조트에서는 저녁마다 흥겨운 파티가 열린다.

TENERIFE
3 김현주갤러리 김현주 관장
알아보는 이 하나 없는 테너리프의 완전한 자유와 호사
“엄마, 저 돌고래 좀 봐. 돌고래가 같이 헤엄치고 있어.” 딸아이의 격앙된 목소리에서 김현주갤러리의 관장 김현주는 달콤한 행복을 맛봤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가족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지는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아름다운 섬들로 이루어진 카나리아 제도에서 유럽의 부호가 많이 찾는 다른 고급 휴양지인 테너리프로 향했어요. 그곳의 그란 바이아 델 두케 리조트Gran Bahia Del Duque Resort에서 일주일가량 머물며 단란한 시간을 보냈죠. 낮에는 골프를 즐기거나 크루즈를 타고, 주변의 화산 지대를 관광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저녁에는 갈라 디너와 가면 무도회에 참석했고요.” 그곳에서는 길을 걷다 한국인과 어깨를 부딪칠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 ‘남들이 가보지 않은 미지의 곳’이라는 수식어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던 것. “남편과 아이, 우리 가족을 제외한 모든 시간이 정지된 것만 같았어요. 한국인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이어서 그랬을까요? 유독 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 속에서 서로 하나가 된 것 같아요. 럭셔리한 삶? 경제적인 요건만으로는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그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그 두 요소가 더 가치 있는 거 아닐까요?” 평범한 듯 보이지만 삶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여행. 그래서 그녀는 때로 삶이 고단할 때 가족과 함께 여행 갈 것을 권한다. 그곳에서 찾은 행복이란 단어가 당신의 삶을 180도 변화시킬 것이라고.


여행을 떠나는 계기도 가지각색.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권기왕에게 한 편의 소설이 안내한 타리파 여정은 더욱 특별하고 신선한 자극이 된 듯하다.

TARIFA
4 여행 칼럼니스트 권기왕
처음으로 한 편의 소설처럼 이어진 여행, 타리파
그에게 여행은 전부다. 아니, 조금 더 살을 보태서 이야기하자면 그의 업業이자 삶이다. 십수 년 동안 여행 칼럼니스트로 세계 5대륙을 여행한 발 넓은 그는 “그저 가고 싶은 곳을 두루 다녔을 뿐”이라고 단조롭게 답한다. 여행을 지적 호기심의 발로發露라고 정의하는 그에게 세상의 모든 낯선 곳은 미지의 신세계가 아닐까. 다양한 곳을 찾아다니는 그이지만 언젠가 가슴속이 뻥 뚫린 것 같은 공허감을 주체하지 못하던 때가 있다. 그 마음을 충만하게 해준 여행지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조그만 항구 마을 타리파다. 타리파는 스페인의 최남단에 위치하며,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프리카 모로코와 마주하고 있다. 언덕 위에 서면 바다 건너 아프리카 대륙이 수평선 앞으로 보이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백색 마을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연금술사>의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하다.

“차를 렌트해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두 달 동안 여행한 적이 있는데, 당시 안달루시아의 해안을 따라 여행하다가 타리파에 들렀죠. 주인공 산티아고가 꿈을 좇아 아프리카 대륙으로 떠나갔듯 저 역시 자성磁性에 이끌린 것처럼 타리파를 거쳐 모로코로 그리고 이집트까지 건너갔습니다. 아마 작가 코엘류도 자신의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겠죠.”파울로 코엘류와 <연금술사>와 산티아고의 여정. 타리파는 한 여행 칼럼니스트에게 문학적인 상상력과 여행 칼럼의 한계를 뛰어넘는 감성적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 후로 그의 글이 훨씬 더 탄탄한 깊이를 지니게 되지 않았을까. 여행이 운명이 되어버린 그의 상상력과 사고의 깊이를 몰라보게 성숙시켜준 타리파는 백색의 마을, 광활한 대지, 눈부신 스페인의 태양만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을 준 곳이다.

SICILIA
5 와인 칼럼니스트 김혁
와인과 대화한 짜릿한 경험, 시칠리아
와인 종주국에서 예술을 공부하던 그는 자연스레 와인과 접하게 되었고, 외딴와이너리를 시작으로 오직 와인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올랐다. 오래된 와인일수록 부드럽고 풍요로운 맛을 내듯 와인을 찾아 떠나는 그의 여정도 와인과 함께 성장하는 듯했다.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마신 후 와인이 탄생한 지역을 지질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근거해 그만의 데이터로 만드는 과정을 반복했다.

하지만 몇 달 전 찾은 시칠리아에서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내가 왜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했는지, 삶을 근원적으로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탈리아 와인에 대한 원고를 어느 정도 마감한후 마지막으로 디저트 와인을 정리하기 위해 시칠리아 섬을 찾았죠. 당도가 높은 화이트 와인 포도 품종인 무스카데Muscadet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에서 그동안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온몸으로 체험했습니다. 특히 옛날 아랍인들이 모여 살았던 ‘다모아’에 며칠 묵으며 아직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정기를 듬뿍 받아 왔어요.” 오래된 빈티지 와인일수록 더욱 품위 있고 진한 풍미를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와인을 따라 떠난 여행도 스스로 성숙해지는 과정을 거치며 그에게 자신과 대화하는 뜻 깊은 시간을 선물했다.

VENEZIA
6 글래스 월드 황병운 이사

무라노 글라스를 만나 인생의 제2막이 열린 베네치아
글래스 월드의 황병운 이사는 다소 이단아적인(?) 행정학도였던 것 같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남들이 뭐라든 자신만의 미적 감각에 사로잡혀 평범하지 않은 패션도 무난히 소화해내고, 게다가 알록달록한 색감과 잘록한 디자인을 유독 좋아했다고 하니 말이다. 그는 첫 직장으로 선택한 건설 회사가 IMF의 여파로 흔들리기 시작하자 초조함을 달래기 위해 유럽 배낭여행을 선택했다. “여행 책자를 가이드 삼아 베네치아를 거쳐 스위스로 가는 일정을 잡았죠. 그때의 선택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초석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20일간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의 머릿속에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것은 두오모 성당도 버킹엄 궁전도 아닌 화려한 빛깔을 뽐내던 베네치아의 무라노 글라스였다.

“한국에 돌아온 후 한동안 고민에 빠졌죠. 무라노 글라스에 인생을 걸어도 될지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요. 그러다 결국 2002년 2월 무라노 글라스만 전문으로 수입 판매하는 글래스 월드를 시작했습니다. 무라노 글라스를 안 이후로 10여 차례 더 베네치아에 다녀왔고, 6년 동안 베네치아와 무라노 글라스를 공부하고 연구했죠.” 20일의 배낭여행 기간 중 단 하루 머문 베네치아. 그곳에서 그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경험했다. 컬러풀하고 아름다운 무라노 글라스의 매력에 빠져버린 그. 진정 베네치아 전문가이자 무라노 글라스의 한국판 아버지가 된 것이다.


원시적이면서도 그 지역 고유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아프리카의 매력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최시영의 작품과 정신세계에 더없이 매혹적인 세계로 다가왔다.

SOUTH AFRICA
7. 인테리어 디자이너 최시영

아프리카의 색채가 디자인에 들어오다, 남아프리카
가장 힘들 때 여행을 생각하고 가슴 아플 때 여행을 계획하며 인생이 가장 사랑스러울 때 여행을 한다는 리빙액시스 대표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최시영. “여행은 저를 바꾸는 또 다른 체험입니다. 여행을 통해 얻은 드라마틱한 체험은 제가 맡은 프로젝트에 어떤 형태로든 표현됩니다.”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 모로코, 스위스, 터키,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독일, 호주, 이집트 등 영감을 자극하는 곳이면 어디든 떠난 그에게 일대 전환점을 가져다준 여행지는 2004년에 일주일간 여행한 남아프리카였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 아시아 다음으로 많은 인구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넓은 사하라 사막과 세계에서 가장 긴 나일 강이 흐르는 땅.

“지인중에 아프리카에서 7년을 산 여행 전문가가 있습니다. 그를 앞세워 여행을 즐기는 네 명이 동행했죠. 아프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지배해온 유럽 백인들의 우월주의 잔재와 빈곤, 질병, 자연재해로 인해 잊혀진 대륙으로 전락한 비극의 땅, 그리고 그 안에 혼재된 다양한 문화와 장엄한 자연을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출발했어요.” 대자연의 품속에서 그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250여 년 동안 1400만 명의 노예가 북미와 남미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린 슬픈 치욕의 역사를 가진 아프리카지만 옷과 스타일, 종교의식 등 이곳의 문화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것은 사실이나 문명의 출발점인 동시에 피카소와 스필버그 등 수많은 창작인과 예술인에게 영감을 준 은혜의 땅. 최시영 역시 그곳에서 다른 여행지와는 달리 대륙이 전하는 힘과 메시지를 느꼈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이것저것 모은 것이 어느덧 규모를 갖춘 컬렉션이 되어 그의 디자인에 중요한 모티브이자 요소로 자리 잡은 덕에 디자이너로서의 아이덴티티에도 적잖은 변화가 온 게 사실. 결국 그에게 아프리카는 신선하고도 생경한 영감의 땅이 돼준 것이다.

T I P 1
부족한 2%를 채워주는 여행지 정보 7가지


몰라도 크게 지장은 없지만 알아두면 작게라도 득이 될 소소한 정보를 모아봤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쉽게 기억될 비타민 같은 7가지 여행 팁!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는 작은 도시라 시내 중심에서 반경 3km 내에 모든 것이 있으므로 걸어 다니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가끔 마차를 이용해 시내 구경을 하는 것도 최고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방법. 특히 게트라이데가세Getreidegasse는 시내에서 제일 유명한 거리로 모차르트 생가가 있고 유명한 숍과 레스토랑이 많다.

페루의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서는 일단 쿠스코라는 도시로 가야 하는데, 리마에 도착해 바로쿠스코로 갈 수도 있으나, 24시간 이상 장거리 버스를 탈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해안가를 따라 내려가면서 피스코와 이카, 나스카, 아레키파 등의 도시를 둘러본 후 쿠스코로 들어가는 방법을 택한다. 물론 24시간 버스 타고 가면서 만나는 창밖 풍경도 괜찮긴 하다. 귀밑에 멀미약 붙이고 도전해보겠다면 그 용기에 박수는 보내겠다.

다른 나라에서 볼리비아로 입국하는 경우 비자가 없는 사람은 국경에서 3일짜리 도장을 찍어주는데, 그 시간 안에 이민국에 가서 비자를 만들면 된다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볼 수있다. 한데 막상 현지에서 그런 방법을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비자 받느라 말도 잘안 통하는 곳에서 이리저리 헤매며 어영부영 흘려버리는 시간은 또 얼마나 아까운가. 남미에서 유일하게 비자 받는 국가라고 투덜거리지 말고 미리 준비하는 센스쟁이가 되길. 토스카나에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장 영양가 있는 사이트 하나를 알려주겠다.www.traveltuscany.net에 들어가면 지역별로 정리해놓은 숙박과 공연 일정을 확인할 수 있으며, 쇼핑, 박물관, 벼룩시장 등 세부 종목별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글 사이트는 없냐고? 당신의 영어 독해 실력이 얼마나 출중한지 다 아니까 엄살 부리지 말자.

튀니지에 가면 사하라 사막을 빼놓지 않고 보게 마련인데, 지프를 빌려 여행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사막으로 들어갈 경우 멋모르고 직접 운전하다가는 수갑 차는 경우가 있다. 사막에서 지프 운전은 라이선스를 지닌 운전 경력이 풍부한 현지인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들은 모래 언덕의 움직임과 바람의 방향과 별의 위치를 보고 사막에서 길을 찾는다나. 아무튼 그 영험한 운전 능력을 갖지 못한 우리는 아무리 베스트 드라이버라 해도 사막에서만큼은 절대 겸손해져야 한다.

부자들의 휴양지로 널리 알려진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꼭 놓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하나는 밀물과 썰물이 거의 없는 바다에서 유유자적 즐기는 수영. 또 하나는 거의 일요일마다 극장이나 유명 사원 같은 데서 열리는 크고 작은 음악회가 그것이다. 주의 사항은 고요한 바다에 떠 있다 망망대해까지 떠내려가지 않도록 방심하지 말라는 것, 편안한 풍경에 취해 국가 망신시켜가며 그 좋은 클래식 음악을 자장가로 전락시키지 말 것.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라트비아 리가의 구시가지를 카메라에 가장 멋지게 담는 방법은? 72m 높이에 위치해 전체 높이가 123.25m에 달한다는 피터 성당 꼭대기에 올라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구시가지 전경은 가장 멋진 비주얼을 선사할 것이다. 다만 꼭대기로 올라가는 동안 성당 안에서는 아무리 찍고 싶은 게 눈앞을 가려도 절대 카메라를 꺼내지 말 것. 카메라 뺏기고 나서 스타일 구기며 애원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구어메 투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남수정 대표는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감각 있는 현지 젊은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레스토랑을 이끌어가는 셰프, 매니저와의 소통(비록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게 되더라도!)이 여행의 참맛이라고.

NAPOLI
8. 썬앳푸드 남수정 대표
이국적인 식문화를 통해 장금이의 미각을 얻은 나폴리
가이드북 하나 없이 여행 준비를 하지만 목적지의 식문화만큼은 꿰뚫고 가는 여행자. 미국 유학 시절 친구 손에 이끌려 처음 먹어본‘오리지널 립’에 반해 우리나라에 소개한 (주)썬앳푸드 남수정 대표의 이야기다. 도전을 즐기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그녀에게 정통 이탤리언 피자를 향한 새로운 문을 열어준 나폴리 여행은 ‘외식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험이다.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던 시절 밀가루 반죽에 토마토와 바질만 얹어 화덕에 구워낸 그 소박함은 지금까지도 그녀가 추구해온 것으로, 앞으로 로마식 피자, 밀라노식 피자, 나폴리식 피자 등 지방색이 묻어나는 피자를 만들 계획이다. 끊임없이 변화를 꿈꾸는 외식업 종사자로서 어디든 여행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최고급 레스토랑도, 특급 호텔도 아닌 벼룩시장과 재래시장. 현지인과 편하게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주말 벼룩시장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져주는 마법 같은 역할을 한다. 그 나라에서만 재배되는 채소와 과일 등 이국적인 식재료와 향신료를 먹어보면 숨어 있는 미각까지 깨어나는 느낌이다. 그녀의 여행을 이야기하면서 음식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혀 다른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식문화를 알아가는 것만큼, 오감을 통해 그 음식에 담긴 정성과 장인 정신을 느끼는 것만큼 큰 수확은 없기 때문이다.


한 장의 사진에 이끌려 다시 한번 찾게 된 곳이지만 작은 우연이 거대한 필연을 만들 듯 토스카나는 그녀가 여행 작가 김영주로 거듭나는 데 결정적인 힘을 불어넣은, 너무나 소중한 곳이다.

TOSCANA
9. 여행 칼럼니스트 김영주
그녀가 느리게 느리게 살기 시작한 이유, 토스카나

5년 전 출장으로 간 피렌체에 4일간 머물 때, 여행 칼럼니스트 김영주는 반드시 이 땅을 다시 밟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얼마 전 그녀는 토스카나 지방을 다시 여행하고 돌아왔다. 한 장의 사진에 이끌려 찾은 토스카나. 신과 인간이 함께 빚어낸 아름다운 땅은 그녀가 인생에서 무엇을 간과했는지 부드럽게 충고해주었다. 천천히 살아가라고, 좀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그녀의 내면에서는 무언의 변화가 일었다. 직장 생활의 대부분을 잡지계에서 숨 고를 새 없이 보낸 그녀가 여행을 통해 ‘삶의 템포’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가족이나 오랜 친구들과의 인연에 감사하며 배려하기. 꽃과 나무 키우는 일에 좀 더 시간 할애하기. 낡고 오래된 것들을 고쳐서 다시 사용하고, 음악과 미술 등 예술이라는 이름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때로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조금 돌아갈 줄아는 지혜 터득하기…. “이 모든 희망 사항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요. 지금은 그 과정 중에 있지만 확실한 건 제 자신과 본성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거죠. 여행이란 참 근사한 거예요.” 이제 안단테 템포를 지키며 본격적인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인 그녀는 자신의 일상과 내면을 변화시킨 ‘토스카나의 감동’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얼마 전 <토스카나>(안그라픽스)를 펴냈다. “감성을 흔드는 아름다운 대자연, 땅 전체가 곧 역사박물관인 곳, 걸작 예술품을 코앞에서 볼 수 있으며, 와인과 음식의 천국인 동시에 르네상스의 고향…. 토스카나는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꼭 가봐야 할 곳이에요.” 잠시 생존의 전쟁터에서 빠져나가고 싶은 사람들, 무아경無我境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 빠른 삶의 속도에서 놓여나 근원적인 변화를 맞고 싶은 사람들. 이들 모두에게 여행 칼럼니스트 김영주는 말한다. 토스카나가 그 해답이 될 거라고.


(왼쪽)은 크레타 섬의 미르티아 마을에 있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지.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을 쓴 뒤 그리스 정교회에서 파문 당한 탓에 제대로 된 십자가 대신 나무 십자가 하나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던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다고.

CRETA
10.출판 편집인·<크레타로 가는 밤배> 저자 박수인
잘나가던 회사원이 출판계로 뛰어든 사연, 크레타
스무 살에 읽은 <그리스인 조르바>는 그에게 막연한 환상 하나를 심어주었다. 작품의 무대가 된 그곳, 조르바보다 더 강렬한 인상으로 그를 사로잡은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의 흔적이 남아 있는 크레타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환상 말이다. 꿈을 실현하는 데 10여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서른을 훌쩍 넘은 그가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오래전 품은 작은 소망을 이루기 위해 크레타로 가는 밤배를 타기까지. 수년 뒤 그는 <크레타로 가는 밤배>(북하우스)의 저자 박수인으로 거듭났다. 젊은 날 지적 스승이 돼준 예술과 문학, 역사 속 인물들의 흔적을 찾아 떠난 여정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이 문화 기행서는 아주 오랜 세월을 거슬러올라 기나긴 뿌리를 감추고 있는 셈이다. 안정된 직장을 관두고 불쑥 떠난 여행길은 사실 그리 편치만은 않았다. 잘한 결정인지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의구심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떠안고 다녀야 했던 시간들. 살아 있는 동안 진정한 자유인으로 존재한 니코스카잔차키스의 삶은 그런 그에게 전혀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크레타 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몇 달 후 그는 출판 편집인이라는 제2의 삶을 살기 시작했고 여행 작가의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른다. 어쨌든 크레타 여행 후 인생의 행로가 바뀐 것은 사실. 사표를 내고 떠난 터라 나름 힘들었을 수도 있지만, 그 좋아하던 글과 함께할 수 있게 된 지금 크레타의 추억은 그의 생에 두고두고 힘이 되는 희망의 원천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뉴욕은 그를 디자이너에서 사진작가로 변모시킬 만큼 강렬한 예술과 문화적 자극을 준 도시다. 디자이너로
일하든 사진작가로 작업을 하든 언제나 그의 마음 속에는 늘 뉴욕이란 도시가 자리 잡고 있을

posted by 포크다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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