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좋아해 2008. 2. 1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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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11. 사진작가 안웅철

사진작가로서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 뉴욕
1992년 겨울 그는 운명처럼 뉴욕과 만났다. 일주일 남짓 머물렀던 뉴욕은 그로 하여금 인생 행로에서 과감한 궤도 이탈을 하게 했다. 무거운 머리도 식히고 후배도 만날 겸 별생각 없이 찾은 뉴욕에서 디자이너였던 그가 사진작가로 변모하는 계기를 맞을 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몇 번의 뉴욕행 이후 <뉴욕 스토리>라는 제목의 생애 첫 개인전을 열고 본격적으로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된 안웅철.“여행이 전혀 새로운 작업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뉴욕에서 전시를 위한 사진들을 완성한 후 여덟 번쯤 더 갔는데, 인생의 새로운 무대를 펼쳐준 곳이라 제겐 더욱 각별합니다.” 거리를 채운 수많은 갤러리, 최첨단을 이끄는 문화와 예술 그리고 젊은 아티스트의 주체 못할 열정이 빚어낸 작품등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은 그의 내면으로 하나하나 체화體化됐다. “첫 전시회 후 상업 사진이 아닌 다큐멘터리 작업을 했고, 월간 의 객원 기자로 여러 번 참여했습니다. 그럼에도 디자이너와 사진작가라는 타이틀 사이에서 아직도 제 정체성 찾기는 계속되고 있어요.” 그가 뉴욕 여행을 통해 인생의 궤도를 수정한 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진 화두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답을 찾지는 못했다. 어쩌면 평생 두 타이틀 사이에서 행복한 방황을 계속할지도 모를 일이다. 뉴욕 여행에서 비롯된 생의 변화에 대한 해답을 또 다른 여행에서 찾게 되길 기대하며 올 8월 그의 영원한 심향心鄕, 뉴욕을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리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공동 주택. 은은한 컬러가 구름이 가린 하늘과 조화되어 아름다운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사진작가 김용호는 회화 같은, 그러면서 불확실성이 주는 묘한 분위기의 이 풍경 사진이 자신의 최대 걸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RIGA
12. 사진작가 김용호
마음을 비우고 최고의 걸작을 만들게 해준 리가
작가에게 일생일대의 역작이라 할 만한 작품을 얻은 사건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건이 있을까. “리가에서 찍은 이 사진은 제 예술의 전환점이 된 작품이에요. 작품의 변화가 바로 제 인생의 변화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원하는 사진이 이 한 장에서 구현됐어요. 그것만으로도 리가가 지닌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사진작가 김용호는 사진을 꺼내 보이며 자신의 풍경 사진 중 최고 걸작이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리가는 구소련인 라트비아Ratvia의 수도로 인구가 100만도 되지 않는 소도시다. “지난해 가을 유럽에서 열린 랠리에 참가했어요. 프랑스 파리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이동하는 코스였는데, 동유럽을 횡단하다 우연찮게 방문한 곳이 리가죠. 사회주의 국가여서 그런지 여느 서유럽의 도시처럼 활기가 넘치거나 번잡하지 않은 정적인 도시였어요. 더군다나 도착한 날은 날씨도 좋지 않았죠. 사진에 찍힌 이곳도 단체로 거주하는 공동 주택인 듯한데, 문득 눈에 띄어 저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어요.” 최고의 걸작? 그 말에 이끌려 다시 한 번 사진을 꼼꼼히 살펴봤다. 고색창연한 색감으로 보면 볼수록 사진이라기보다 한 편의 회화 작품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암울하고 쓸쓸한 분위기는 애드거 앨런 포의 소설 <어셔가의 몰락>에 나오는 저택을 연상시켰다. 평소 소형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길 좋아한다는 그는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을 얻고자 한다면 목적 없이 떠나라고 조언한다. “ 목적에 매달리다 보면 오히려 그 외의 것들을 놓치게 돼요.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순간에 인생을 바꿀 만한 사건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마치 제가 우연히 그 리가의 매력을 발견한 것처럼 말이죠.” 올가을 풍경 사진전도 계획하고 있다는 그는 리가를 여행한 후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이것이 카메라 앞에서 그의 눈빛이 달라진 이유다.


인도와 덴마크에서 촬영한 사진은 단순한 경치나 인물이 아닌 포토그래퍼 전택수만의 컬러를 묘사하는 시안이 된다. 바라나시의 석양을 닮은 골드, 덴마크의 높은 하늘을 담은 블루 등 감각적인 색감을 찾을 때 항상 참고한다고.

DENMARK INDIA
13. 사진작가 전택수
인도와 덴마크의 빛이 변화시킨 사진의 색감

잡지 화보와 광고 촬영으로 한창 바쁜 포토그래퍼 전택수는 굳이 꾸미지 않아도 감각적으로 묻어나는 영상과 그만의 독특한 색감을 얻기 위해 촬영할 때마다 진지한 고민과 열정으로 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진 톤은 언제나 그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였으며, 그만의 색감을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3년 전 촬영차 떠난 인도와 덴마크. 인종과 문화권은 물론 라이프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공통점을 찾을 수 없는 곳이지만, 각 나라마다 빛을 통해 뿜어내는 컬러는 그에게 미적·심적 감흥을 전해왔다. “인도의 바라나시는 100년 이상 된 유서 깊은 도시입니다. 세월의 흔적과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에 자연스레 어우러진 사람들의 모습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빛을 발하죠. 바라나시는 인도 사람들 사이에서도 ‘성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곳’으로 알려진 만큼 영험한 기운을 뿜어내는 곳입니다. 그곳은, 그리고 그곳에서 평온한 마음으로 웃음 짓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느 각도에서 셔터를 눌러도 바로 작품이 되고 그림이 됩니다.”

바라나시의 자연광은 그가 그토록 찾았던 거친 듯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컬러를 살려내 도시 전체를 하나의 그림처럼 만들어주었다. 자유롭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그만의 사진 톤을 완성하는 데 하나의 교과서가 돼준 것이다. 반면 얄미울 정도로 예쁘고 아기자기한 덴마크는 인도와는 대조적으로 ‘연출된’ 조명에 반한 곳. 자연광도 중요하지만 빛을 이용한 예술인 사진을 하는 입장에서 인공 조명을 어떻게 연출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노하우가 도시 곳곳에서 묻어났기 때문이다. 거기에 미니멀하지만 ‘에지’가 살아 있는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디자인은 그것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을 높여주는 데 한몫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도시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인도 바라나시의 자연광과 금방이라도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덴마크의 인공 조명은 이제 촬영 때마다 빛의 조언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태양을 받고 있지만, 각 나라의 문화가 다르고 그 안에 사람의 모습이 제각각인 것처럼 그들이 발산하는 빛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도와 덴마크에서 발견한 빛은 제 인생에 또 다른 감성의 문을 열어준 것이라 할 수 있지요.”


볼리비아와 페루는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일을 접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까지 그녀의 불안감을 떨쳐내고 용기를 불어넣어준 여행지였다.

PERU & BOLIVIA
14. 작가 이명희

대학 강단을 떠난 뒤 볼리비아와 페루에서 맞은 터닝 포인트
그녀는 인생의 역사를 바꿔놓은 여행지를 꼽으라면 주저 않고 볼리비아와 페루를 꼽는다. 요즘 서점에서 화제가 된 책 <미친년>(열림원)의 저자이기도 한 그녀가 ‘여자로 태어나 미친년으로 진화’한 세계 유명 여성 인사들을 만날 계획을 구상하던 중에 떠난 이 여행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2005년 겨울 한 달 동안 체 게바라Ernesto Guevarad의 시신이 묻힌 바예그란데Vallegrande를 찾아가는 여행에 선뜻 동참한 것은 흔치 않은 여정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녀 자신의 내면에 깔린 불안감이 또 하나의 동력이 됐는지도 모른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길목, 10여 년 대학 강단 생활을 정리하고 용감하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기대하며 한국을 떠난 이후로 계속돼온 그 불안감 말이다.

“볼리비아와 페루는 같은 문화권으로 남아메리카 중앙부에 있죠. 고산병으로 힘든 와중에도 볼리비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다시 살피는 계기가 됐습니다.” 볼리비아인의 삶에 존경심을 품게 된 그녀는 곧장 페루로 건너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마추픽추 정상에서 신비한 대자연과 마주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절반을 다독이고 나머지 인생의 희망찬 청사진을 그곳 봉우리마다 걸어놓고 왔다는 그녀. “여행 후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졌어요. 그때 체득한 인내심은 후에 여성 영화제를 진행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죠.” 볼리비아와 페루를 여행하며 얻고 느낀 모든 것들이 후에 국내외의 아홉명의 여성 멘토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집필하는 까다로운 작업에 밑거름이 된 것. 볼리비아와 페루는 막혀 있던 생의 길목을 시원하게 터준, 그래서 전혀 다른 색깔의 삶을 그려갈 수 있도록 안내해준 나침반과도 같다고 해야 할까.

T I P 2


떠나기 전 즐기는 인터넷 사전 답사 사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느냐에 따라 정직한 결과를 얻는 것이 또한 여행이다.더욱이 인터넷은 실시간으로 따끈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다. 떠나기 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여행지 사전 답사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대사관
덴마크 대사관 www.ambseoul.um.dk(795-4185)
미국 대사관 http://korean.seoul.usembassy.gov(397-4114)
영국 대사관 www.britishembassy.or.kr(3210-5500)
인도 대사관 www.indembassy.or.kr(798-4257)
프랑스 대사관 www.ambafrance-kr.org(3149-4300)
볼리비아 대사관 www.boliviakorea.com(998-0884)

관광청
그리스 관광청 www.gnto.gr
모로코 관광청 www.tourism-in-morocco.com
영국 관광청 www.visitbritain.co.kr
오스트리아 관광청 www.austria.info (한국사무소 773-6422)
이탈리아 관광청 www.enit.it
프랑스 관광청 www.franceguide.com(한국사무소 776-9142)
우즈베키스탄 관광청 www.uzbektourism.uz
몽골 관광청 www.mongoliatourism.gov.mn
튀니지 관광청 www.tourismtunisia.com
스페인 관광청 www.tourspain.es (한국사무소 722-9131)

기타
세계 공항 정보 사이트 www.airwise.com/airport
저렴한 항공권 예약 www.flybudget.com
전 세계 날씨와 공휴일 www.go-global.com



경비행기를 타고 사하라 사막 위를 날았던 체험도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이로움이었다고. 자신이 하나의 점으로 느껴지는 순간 지금까지 보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이 카메라 렌즈 안으로 들어왔다.

TUNISIA
15. 사진작가 이상천
보이지 않던 세상이 눈에 들어온 순간, 튀니지

사막 위를 급하게 걸어 나갔다. 해가 지기 전 조금이라도 사진을 더 찍기 위해, 발이 모래속으로 빠지기를 여러 번 반복하며 앞만 보고 걸었다. 분명 앞으로 걸었다. 그것이 내 뜻이었고 내 계획이 틀림없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일행을 잃어버리고 어느새 나 혼자가 됐을 때에도 나 자신을 믿었다. 높고 낮은 모래 언덕을 얼마나 헤맸을까. 잃어버린 줄 알았던 일행의 낯익은 뒷모습이 보였다. 지금까지 원을 그리며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귀신에 홀린 느낌이었다. 어릴 적 본 이라는 영화가 떠올랐고, 순간 살짝 겁도 났다. 뜨거운 태양과 모래바람을 피하느라 터번으로 칭칭 감겨 있던 내 머릿속은 순간 세상의 온갖 번민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듯 복잡해졌다. 그 가운데 등대 불빛처럼 떠오르는 하나의 생각.

지난 삶 속에서 항상 미래만 조준하고 있었다는 깨달음, 모든 일에서 결과에 조급하던 나. 천천히 걸어가면서 주변을 살피고 주위를 돌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얻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건만 옆에 놓여 있을지 모르는 행복을 보지 못한채 앞만 바라보며 숨 가쁘게 걸어왔던 것이다. 사진이란 일이 그랬다. 과정이 아무리 좋고 이상적이어도 프린트가 나쁘면 안 되는 작업이니까. 튀니지 여행 후 1 년이 지났다. 결과(사진)가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스스로 판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일과 작업을 대하는 마인드는 크게 달라졌다. 앞만 보느라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는 아둔함의 함정에 다시는 빠지지 않기 위해 결과보다는 과정에, 직선적인 시선보다 부채꼴 모양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노력을 할 줄 알게 됐다. 이건 적어도 내게는 그 무엇도 주지 못했던 큰 변화다. 앞으로 더욱 큰 인생의 변화의 시발점이 될지도 모르는. 지금도 난 도시 한가운데서 천천히 걷기 연습을 하고 있다. 오아시스는 없는지, 야자수 나무를 혹시 놓치지 않았는지 살피며 걸어야 했던 튀니지 사하라 사막에서처럼. 글 | 이상천(사진작가)

유럽 기독교와 아랍 이슬람 문화의 흔적이 공존하는 마요르카 섬. 이곳에 가면 광활한 평야와 원시 숲은 물론,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온 바위산도 만날 수 있다. 단 한번만 방문하더라도 왜 이곳이 해외 유명 여행 잡지가 선정한 ‘말년을 보내고 싶은 휴양지 10선’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MALLORCA
16. <모터 트렌드> 이경섭 편집장
인생의 ‘플랜 B’를 꿈꾸게 된 마요르카

시간 날 때마다 자동차를 끌고 근교로 떠난다는 월간 <모터 트렌드>의 이경섭 편집장. 그에게 마요르카가 더욱 특별한 것은 그저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는 바람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매달 마감에 시달리며 초 단위로 시간에 쫓겨 사는 삶이 얼마나 남루한 것인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해준 곳이 바로 마요르카였기 때문. “두 번 다녀왔는데 모두 출장이었죠. 엄밀히 말하면 제가 그곳을 여행지로 ‘선택’한 건 아니에요. 지중해에 떠 있는 그 섬에 처음 갔을 때는 햇살마저 느리게 쏟아지는 것 같은 풍경이 그저 경이로울 뿐이었어요. 3년 후 다시 갔는데, 두 번째 방문을 통해 ‘스페인에 정착해 글을 쓰면서 사는 것이 자신의 플랜 B’라고 썼던 미국 수필가 폴 퀸넷Paul Quinnett의 글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죠. 도무지 바쁠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 소박하지만 모든 생활에 예술적 감각이 묻어나던 그곳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이 과연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된 거예요.”

스케줄이 빼곡히 적힌 다이어리와 휴대폰을 항상 손에 쥐고 있어야 안심이 되는인생. 어쩌면 이렇게 사는 것이 세련된 삶이라고 애써 포장하며 살지 않았는지, 잠시 쉬었다 가는 것도 앞을 향해 나아가는 한 과정임을 부인하며 채찍질만 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삶의 질’을 찾는 것, 이것이 이제 그의 영원한 과제가 되었다. 그는 언젠가 그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물론 출장이 아닌 순수한 여행으로 말이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그 섬을 둘러볼 생각이다. 속도로부터 자유로운 자전거에 몸을 싣고, 보다 여유롭게 말이다.


잘츠부르크는 작은 도시라 시내 중심지에서 반경 3km 내에 모든 것이 있어 걸어 다니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고, 가끔 마차를 이용해 시내 구경해도 좋다. 빈체로 이창주 대표는 잘츠부르크를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절제되고 정숙하며 빈틈을 보이지 않는 여인’ 같다고 표현했다.

SAZBURG
17. 빈체로 이창주 대표
호텔 학교를 만나 인생 나침반을 바꾸게 해준 잘츠부르크

미국과 유럽은 젊은 시절 늘 마음속을 채우던, 언젠가는 꼭 다녀와야 할 대상이었다. 유학 가서 일반 학문이 아닌 예술이나 생활 문화 쪽을 전공하고 싶었던 나는 일반 회사에 취직한 후로도 적응을 못한채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꿈꾸다 유럽 여행을 가게 됐다. 독일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를 돌아보면서 유럽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배웠는데, 그 중에서도 잘츠부르크 여행과 그곳에서 만난 문화적 체험은 내 인생의 큰 전환기를 만들어주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본 경치와 유럽인이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곳이라는 정도의 막연한 정보만 갖고 만난 잘츠부르크. 막상 그곳에 가보니 음악적 풍요로움과 도시의 아름다움이 기대 이상이었다. 늘 음악이 흐르는 도시에는 인구 15만 명에 매일 오가는 관광객이 15만 명이라니 ‘물 반 고기 반’. 잘츠부르크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해가던 중 워낙 관광객이 많은 도시라 훌륭한 호텔 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곳을 찾아가 성城으로 이루어진 학교 건물과 여러 시설을 둘러본 순간 꼭 이곳에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모차르테움이라는 세계적인 음대가 있다는 것도 이곳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더 간절하게 만들었다. 결국 음악과 호텔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 인생을 결정할 큰 숙제를 안고 귀국했다. 귀국 후 회사 생활은 더욱 마음에서 멀어져 사표를 내기로 마음먹고 유학 준비에 들어갔다. 당시 서른세 살, 늦은 나이에 미혼이던 난 유학과 결혼 사이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바이올린을 전공한 지금의 아내를 만났는데, 이 역시 운명이 이끄는 일 같았다. 아내는 음대 유학, 난 호텔 학교에 입학하는 금상첨화의 결과를 낳았으니 말이다. 유학 중 아내와 나는 잘츠부르크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곳곳을 다니면서 많은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오스트리아의 매력을 만끽했고, 특히 신혼 생활을 잘츠부르크에서 보낸 우리는 방 두 개짜리 작은 단독 주택에서 지낸 그때의 생활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며 금년 결혼 20주년을 맞아 다시 그곳을 찾을 생각이다. 이런 인연으로 우리 부부는 잘츠부르크를 새로운 인생이 꽃핀 제2의 고향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유유자적하며 산책을 즐기는 이들, 보트를 타고 작은 강을 따라 여유를 즐기는 이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케임브리지. 항상 치열하게 취재하며 뛰어다니던 프로듀서 김예경에게 잠시 쉬어 감의 교훈을 알려주었고, 쇼콜라티에로서 제2의 인생을 열어준 곳이기도 하다.

CAMBRIDGE
18. 쇼콜라 디 김예경 사장
프로듀서에서 초콜릿 전문점사장이 된 까닭, 케임브리지
취재 후 비행기 안에서 먹은 초콜릿에 대한 달콤한 낙樂이 한순간 업業으로 바뀐 결정적인 여행지는 바로 케임브리지. “사실 여행이라기보다는 BBC 방송국 프로그램을공동 제작하기 위해 방문한 곳이었죠.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 항상 바쁘게 돌아가는 저의 삶과는 대조적인 그 평화로움에 반해 그곳에 머물기로 결심했어요. 그리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제2의 인생으로 가는 길을 찾았지요.” 그녀가 조용히 산책하기 위해 즐겨 찾은 오차드 가든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초콜릿 숍과의 인연이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 세련된 백발이 마치 동화에 나오는 마음씨 좋은 할머니를 연상시키는 ‘애니Annie’의 다크 초콜릿 가게에서 대리석 위로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다크 초콜릿을 본 순간 세상이 멎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고. “한 동양 여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신기한 눈으로 템퍼링(tempering : 중탕으로 초콜릿을 녹인 후 잘 섞일 수 있도록 초콜릿을 대리석 위에 붓는 과정을 반복하며 온도를 내리는 작업)하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면 이상할 법도 한데, 애니는 달랐어요. 진심은 서로 통한다고 하잖아요.” 그 후로 그녀는 자연스레 애니의 수제자가 되어 템퍼링 과정부터 차근차근 배운 것이다. 초콜릿의 기본인 템퍼링과 몰딩(molding : 녹인 다크 초콜릿을 초콜릿 틀에 부어 굳히는 과정)을 배우며 시간에 쫓기던 지난날과는 달리 시간과 함께 호흡하며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여유를 터득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삶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 저만의 색깔로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그리고 투박한 다크 초콜릿을 녹여 새로운 맛과 모양으로 만들어내는 정성. 어때요, 많이 닮지 않았나요?” 애니와 다크 초콜릿이 가져온 변화는 젊은 날을 치열하게 보낸 그녀에게 여행이 준 가장 ‘달콤 쌉싸래한’ 변화일 것이다.


테릴지에서 울란바토르까지 말을 타고 하루 종일 달릴 때의 기분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기계에 의지하지 않고 생명체와 함께 대자연을 벗 삼아하루 60km를 달린 여행의 마지막 날을 특히 잊을 수 없다고 한다.

MONGOL
19. 평화건설 윤지언 대표
멋을 버리고 자연의 위대함을 담게 된 디자인, 몽골
여기저기 건설 현장을 찾아다녀야 하기에 잘 뚫린 길과 자동차는 그에게 꼭 필요한 파트너다. 오랜 시간운전하는 것도, 막힌 도로에 서 있는 것도 이제는 이력이 날 만도 하다. 기계의 도움 없이는 단 하루도 살수 없을 것 같은 평화건설 윤지언 대표. 그가 여행 동호회를 통해 다녀온 몽골은 도로 없이도, 자동차 없이도 살 수 있는 자연의 힘으로 똘똘 뭉친 곳이었다고. “몽골은 ‘말馬’입니다. 자동차로 미국을 여행하고, 기차로 유럽을 돌아다니고 오토바이로 발리를 구경하고 스쿠터로 코사멧의 해변을 달려봤다면, 몽골은 말을 타야 한다는 것이죠. 차도가 없으니 당연히 차를 탈 수 없고, 강을 건너고 수 차례 산비탈을 오르내려야해서 걷는 것도 힘들죠.” 말을 타고 가며 보았던 그리고 마음에 담았던 새파란 강과 호수, 눈이 아리도록 푸른 하늘과 넓은 초원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명장면이라고 한다.

그가 몽골을 통해 배운 것은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함 그것만이 아니다. 삶의 근본적인 해답은 다른 무엇이 아닌 ‘자연’에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자연과 맞서지 않은 채 그저 살을 부비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몽골 사람들을 통해 ‘내가 지금껏 좇고 살아온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돌아보게 된 것이다. “결국 자연으로 돌아갈 사람인데 자연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몽골인의 삶을 보면서 인간의 욕망이나 종교가 얼마나 덧없는가를 느낄 수 있었죠. 모든 분쟁의 근원은 협소한 시각, 폐쇄된 집단, 이기적인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잖아요. 그것을 버릴 수 있었던 것 역시 자연이 있기 때문이고요. 몽골을 다녀온 후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건물을 세우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할 때마다 ‘자연스러움’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 거죠. 원래는 기능적이고 근사한 모양새를 좋아했는데 말이에요. 이젠 아무리 똑똑한 기능에 멋진 디자인을지녔다 해도 순수한 자연만 못하다는 것을 알아요.” 건물을 디자인하고 불모지에 새 공간을 세우는 것이 그의 직업이지만, 그가 앞으로 만들어나갈 공간은 인위적이고 생명력이 없는 그냥 건물이 아닌 자연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안식처가 될 것이다. 자연의 기운을 공간 예술 속에 녹여내고자 하는 것이 그의 목표가 되었으니 말이다. “자동차가 없고, 사람이 다니지 않으니 자연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더군요. 강에는 아직도 그들이 믿는 강의 정령들이 살아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예요. 우린 결국 자연으로 돌아갈 미물이니까요.”


프랑스의 중견 화가 장 폴 아고스티를 방문한 케이 킴. 그의 그림에 감동받은 그녀는 작품을 모티브로 의상을 디자인해 그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그리고 바그너의 예술혼과 만난 샤토 드 사랑. 이곳에 마련된 바그너 룸에 앉아 눈을 감으니 창작의 고통 속에 신음하던 바그너의 영상이 떠올랐다고.

PARIS
20. 파티복 디자이너 케이 킴
파리에서 배운 열정이 그녀의 옷을 달라지게 만들다
파티복 전문 디자이너인 케이 킴Kay Kim은 언제라도 떠날 만반의 준비가 된 여행 마니아다.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아름다운 경치보다도 그곳에서 만나게 될 특별한 인연에 있다고. 그런 의미에서 케이 킴은 작년에 방문한 파리를 자신의 가치관을 변화시킨 최고의 여행지로 꼽는다. 오랫동안 파리에서 유학 생활을 해온 그녀에게 과연 이 도시가 색다를까 싶은데도 새로운 만남은 늘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한다며 살포시 웃는다. “프랑스 중견 화가인 장 폴 아고스티Jean Paul Agosti의 작품을 보고는 반해버렸어요. 그래서 그의 작품을 모티브로 의상을 디자인했죠. 그러고는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스튜디오를 찾아가 옷을 선물했더니 뛸 듯이 기뻐하더라고요. 제게 영감을 주는 작가와 만난다는 건 영혼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의미 있는 사건이니까요.” 와인에 깊은 조예가 있는 그녀는 2시간 거리에 있는 에페르네의 돔페리뇽 성인 샤토 드 사랑 Chateau de Saran도 방문했는데, 이곳에서도 그녀의 특별한 만남은 이어졌다. 샤토 드 사랑의 내부는 일부 VIP에게만 공개되어 1 년 내내 VIP나 아티스트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 곳이다. “한때 바그너가 이곳에 거주하며 작곡을 했다고 해요. 그가 연주하던 피아노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더라고요. 그 여행을 통해 또 한 명의 아티스트와 만난 거죠. 와인과 어울리는 갈라 디너에 참석했는데 와인보다도 그곳을 떠도는 거장의 창작혼에 취하는 느낌이었어요.” 이처럼 케이 킴은 여행에서 만난 사람과 문화를 통해 성장해간다. 특히 미술품에 조예가 깊어 작품에서 영감을 찾는 그녀에게 이번 여행은 그 영감의 원천과 만나는, 그리고 다시 한 번 창작의 열정을 불어넣어 그녀의 생활을 변화시킨 시간이었다.

인터넷이 줄 수 없는 가장 객관적인 정보의 보고책이 선사하는 객관적이고 상세한 정보는 넘쳐나는 인터넷 정보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미덕이다. 따끈따끈한 신간 중 감성과 정보가 가장 조화롭게 어우러진 책을 엄선했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 2006년 50여 일간 유럽 문화 속을 걸어 다닌 저자의 여행기. 사진과 글이 적절히 어우러져 유럽을 걸으며 느낀 저자의 감흥이 잘 전해진다. 김효선 저, 바람구두
<나는 아프리카에 탐닉한다> 프리랜서 편집자이자 사진가인 저자는 컬러 사진으로 보다 현실적인 아프리카의 모습을 담아 한 편의 아프리카 다큐멘터리를 탄생시켰다. 정환정 저, 갤리온
<영화 저편, 길을 나서다> 제목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듯, 이 책을 읽은 후에는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최근 나온 여행 서적 중 단연 감성 미학의 최고봉이라 인정하노니. 다양한 영화 이야기만큼 세계 모든 여행지를 총망라했다. 안홍기 저, 부표

<뉴욕 아이디어> 컨셉트와 앵글이 통통 살아 숨 쉬는 ‘뉴욕 여행 도움서’다. 뉴욕이라는 곳을 좀 더 색다른 자극과 예술적인 영감의 원천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책 ! 박진배 저, 디자인하우스
<사랑해, 파리> 기자이자 학생으로 2년간 파리에서 생활한 저자의 체험과 파리의 문화적 감성이 잘 녹아들어 빠른 시간 안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 ‘전직’을 살짝 드러내는 저자의 날카로운 시각을 곳곳에서 발견하는 기쁨. 황성혜 저, 예담
<나만의 스타일 여행> 트렌드세터 김선경이 제안하는 색다른 방식의 여행. 쇼핑하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길거리 간판 하나, 이름 모를 작은 건물 하나에서 여행의 색다른 의미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선경 저, 안그라픽스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남미와 중미의 여덟 나라를 기행하며 쓴 책으로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아름다움을 100여 컷의 사진과 함께 담았다. 라틴아메리카에 관한 가장 알찬 정보와 감동을 제공. 손호철 저, 이매진
<유럽 100배 즐기기> 각지에 대한 ‘전문가’들이 모여 유럽 145개 도시에 대한 완벽 가이드를 만들었다. 책 한 권에 넣을 수 있는 ‘최대한’을 담았다. 정기범 외 공저, 랜덤하우스코리아
<일하면서 떠나는 짬짬이 세계 여행> ‘직딩’들의 소원이 바로 이 한권의 책 속에 있다. 바쁘게 이어지는 회사 생활 중에 짬짬이 세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특급 노하우. 조은정 저, 팜파스
<여행 생활자> 많은 정보보다는 여행의 철학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 읽어볼 만한 책. 여행 에세이지만 조금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이니 심호흡 한 번 하고 들어가도록. 유성용 저, 갤리온

posted by 포크다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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