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남녀 2009. 6. 23. 00:39

한여름밤, 달큰하게 취하면 천국

 

 

 

 
1 칭타오 향과 맛이 다른 맥주와 확연히 구분되는 맥주. 병을 여는 순간에 자스민 향이 확 올라오고, 입 안에서는 감칠맛과 쌉쌀한 맛이 난다. 중국에서는 맥주에 쌀을 첨가해 만들기 때문. 2천550원, 비어케이.
2 파울라너 헤페바이스 독일 밀맥주로, 생크림처럼 구조감 있는 거품이 새롭다. 숙성 기간이 길어 효모 작용으로 맛이 유난히 부드럽다. 얼음장처럼 찬 것보다는 눅눅한 정도로 마셔야 맛있다. 3천480원, BL인터내셔널.
3 호가든 화이트 맑은 황금빛 위로 몽실몽실 구름 같은 거품이 생긴다. 오렌지 껍질 같은 향이 인상적. 유난히 부드럽고 상큼해 샴페인 매니아들이 좋아할 듯. 2천9백원, 호가든.
4 에딩거 바이스비어 둔켈 독일 출신 밀맥주로, 둔켈 검정 맥아로 만들어 흑맥주 같은 느낌이다. 일반 흑맥주에 비해 묵직하면서도 보드라운 맛이 난다. 다른 밀맥주에 비해 알코올 함량이 살짝 높은 편. 5천7백원, 체트 인터내셔널.
5 빌라엠 로소 붉은 과일 향이 인상적이다. 일반 스파클링에 비해 좀 더 부드럽게 보글거리는 편. 5만5천원, 아영FBC.
6 플라네타 로제 불타는 시칠리아의 여름밤을 떠올리게 할 예쁜 색깔의 로제와인. 안주 없이 차갑게 즐기면 로제의 진면목이 목젖을 타고 흐른다. 3만8천5백원, 아이수마.
7 크리스톰 마운틴 피노누아 조금 차갑게 마실 수 있는 품종인 피노누아. 비교적 괜찮은 가격에 질 좋은 버건디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 레드이지만 가벼운 음식과 어울린다. 6만1천원, 비티스.
8 다이닝텐트

젠척하지 않아도 좋아!
맥주. 캐주얼한데다 원할 때면 어느 때나 ‘한 깡’ 할 수 있는 접근 가능성, 게다가 젠척하지 않는 친밀함까지 두루 갖춘 드링크. 요즘 같은 라이프스타일에선 ‘일상’이라 불러도 될 만큼 이 술은 나와 가깝다. 낮술 땡기는 오후의 반주이자 야근의 흥을 돋구는 음료요, 해질녘 동료와의 대화를 여는 창구가 되는 것은 물론 휴일 아침엔 공복의 한끼 식사가 되기도 하니 그 변화무쌍함에 곁을 내주지 않을 수 없는 거다. 물론 와인과 사케가 ‘잇’ 드링크로 떠오른 시대, 허세 가득한 마음으로 그 술들을 영접한 나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둔탁한 세 치 혀가 감지해내지 못하는 맛의 한계에서 떠오른 건 역시 맥아 발효주의 알싸한 쾌감이었다. 왜, 너무 편해서 사랑보다 우정에 가까워진 남자친구 있지 않나. 한동안 방치했던 그와의 관계를 되돌린 결정적 계기처럼, 맥주를 접하는 비중이 커진 건 이마트에서 만난 하이네켄 드레프트 ‘케그’의 영향이 컸다. 냉장실에 넣고 딱 10시간만 식히면 아무 때나 생맥주를 들이킬 수 있다는 즐거움, 냉장고를 여는 설렘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새로웠다. 문제는 다시금 그 홀짝임에 길들여지다 보니 과거의 이별 사유가 떠오르더라는 것. 보리가 주는 특유의 ‘헛배 부름’이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생리적인 현상, 늘어가는 뱃살 같은 거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관계에 신중해야 했다. 무조건 만남의 빈도를 낮추기보단 새로움을 추구해야 했으니까. 때마침 아사이 프리미엄 같은 고급 라인, 호가든같이 보리 맥아에 밀 맥아를 첨가한 화이트비어 라인이 출시된 탓에 지루하지 않은 경험을 했을 뿐더러, 때때로 보리맥아를 까맣게 태워 빚어낸 흑맥주로 맛의 깊이를 더한 탓에 ‘우리 사이’는 더욱 흥미로워졌다. 굳이 음식과의 매칭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안주의 단촐함도 맘에 들고, 알싸한 기분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 좋은 술과 음료 사이. 이 드링크에 사랑과 우정 사이를 대입하게 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와인이나 사케 못지않게 장수하는 세계의 맥주 양조장처럼 가벼워 보인다고 깊이가 없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기억했으면. 그나저나 가로수길 ‘다이너라이크’의 에딩거 드레프트가 떠오르는 날이다. 그러고 보니 드디어 모두에게 맥주 땡기는 계절이 돌아왔구나.

 

연애|달큰하게 취하는 여름밤을 위하여


BEERS & CHEERS
* 밥스터 스캣 스토리지 입 안에 은근하고 보드랍게 눌러 붙는 밀맥주가 일품이다. 먹거리도 든든해 한자리에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실 수 있다. 특히, 직접 개발한 ‘게살 로지 소스 파스타’가 인기 메뉴. 신사동 가로수길 커피빈 바로 뒷 건물. 오후 5시~새벽 3시(일요일 휴무). 546-9858
* 송스키친 드럼통을 이용해 독특한 외관과 빈티지 풍의 내부가 인상적인 카페다. 떡볶이, 라면 등 분식도 있고 밥 종류도 판다. 3층이 다락방처럼 꾸며져 있어 우르르 몰려가기에 좋다. 맥주와 에스프레소를 섞어 만든 ‘송스칵테일’이 추천 메뉴. 오전11시반~새벽2시. 720-1719
* 수염 맥주 파는 트럭으로 이름을 날리던 ‘수염’이 이젠 실내에 자리를 잡았다. 짭짤하게 씹을 거리 위주의 안주, 1만원이면 석 잔은 배불리 마실 수 있는 가격은 그대로다. 특히 ‘산미구엘’ 생맥주를 추천한다. 상수역에서 홍대 방향 커피프린스 골목. 저녁 6시~새벽 5시. 333-0979
* 수카라 유기농 재료에 천연 조미료를 사용한 건강식으로 잘 알려진 카페다. 저녁이면 맥주, 아니 맥주 맛 음료를 찾는 이가 부쩍 늘어난다. 진저에일에 생강을 넣어 만든 ‘샨디가프’가 그 주인공. 달콤쌉쌀한 맛이 중독성 있다. 홍대 산울림 극장 1층. 오전 11시~새벽 2시. 334-5919

와인 마시는 여자들
와인 파는 동네에서 일하면 종종 재미있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3~4백종은 되는 와인이 실린 와인리스트를 쫙, 훑어보고는 잇맛살을 찌푸린다. “마실한만 와인이 없어, 이 집은.” 이 정도 상황이면 소믈리에 조수는 대충 와인셀러에서 와인 몇 개를 추려낸다. 주문장이 날아든다.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이요." 아, 그럴 거면 왜 10분씩이나, 그것도 참석한 네 명이 돌아가며 리스트를 연구하느냔 말이다. 한 병 더 시킨다고 좀 다른 게 주문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몬테스 알파 메를로요." 그렇다고 몬테스 광팬인 것 같지는 않다. 와인이 떫다고 오만상을 쓰는 걸 봤으니까 말이다. 레드와인이 원래 좀 떫긴 하다.
남자와 여자는 와인 주문에서도 차이가 난다. 남자는 와인값은 누가 내든, 말발 서고 끗발 있는 친구가 리스트를 장악한다. 피노누아를 눈물나게 마시고 싶어도 권력자가 몬테스 알파면 그날 품종별로 몬테스 동창회를 한다. 카베르네-메를로-시라로 이어지다가 샤르도네로 마무리하는 팀도 봤다. 여자는 좀 다르다. 지갑이 끗발이다. 시킨 사람이 돈을 낸다. 물론, 4명이 와인 한 병 시키고 카드 네 장 내는 경우도 흔하다. 이건 포커판이 아니랍니다, 아가씨들. 카드 네 장 내는 건 그래도 양반이다. 카드 리더가 좀 수고해주면 되는 일이다. 뒤로 길게 줄 선 손님들이야, 좀 기다려주시는 인내심이 워낙 많으니까(싸우시려면 나가서 싸워주세요).
입장부터 범상치 않은 그룹이 있다. 예닐곱이 우루루 몰려와 생일이라고 샴페인 시켜서 ''간단하게'' 케이크 하나 자르겠다는 그룹이다. 그 ''간단한'' 케이크가 거의 웨딩케이크 버금가는 덩치여서 둘이 영차영차 운반해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번쩍이는 커팅 나이프 준비해드릴까요?). 게다가 알록달록한 초도 굳이 1살짜리로 서른 몇 개쯤 꽂아서 패밀리 레스토랑 분위기를 잔뜩 연출하면 으흠, 대략난감이다. 옆에서 가발 쓰고 탬버린이라도 흔들어드리고 싶어진다, 정말. 이 정도에서 그치면 고마운 일이다. 더러 카드 일곱 장이 나오기도 해서 캐셔가 손목이 빠져라 카드를 글어대는 일도 생긴다. 틀림없이 그 중 한 장은 한도초과, 또 한 장은 마그네틱 손상을 동반한다. 캐셔가 이를 갈면서 카드를 긁을 동안, 테이블을 치우는 누군가는 한숨을 폭폭 내쉬고 있다. 테이블 가득 촛농이고, 바닥에는 아마도 케이크로 고시레를 한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일 거다.
그래도 나는 이런 여자친구들이 사랑스럽다. 적어도 와인을 객기로 마시지는 않으며, 마신 와인이 화이트인지 레드인지 확인하는 인물은 드물기 때문이다. 볼이 복숭아처럼 발그레해진 ''언니''들이 유쾌하며 웃으며 복숭아맛이 나는 모스키토를 마시는 장면은 꽤나 유쾌하다. 그것이 딱 알맞게 더운 여름밤이면 말해 무엇하리.

 

연애|달큰하게 취하는 여름밤을 위하여

 

 
1 쯔루노에 유리 주조기능사인 엄마와 양조학 전공한 딸이 만드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여자들이 만드는 덕분에 맛이 아주 섬세하다는 평. 00원, 명문주류.
2 바이카코우 신맛이 입을 압도하지만 은은한 매화향도 느낄 수 있다. 샤브샤브나 튀김, 은어구이와 잘 어울린다. 00원, 손사랑주식회사.
3 코시노바이리 혼죠조 나마쵸 사케맛 담백하기로 이름난 니카타현 출신. 원래 사케는 두번 열처리를 하는데 이 사케는 한번만 해서 유난히 신선한 맛이 난다. 00원, 손사랑주식회사.
4 남부비진 혼죠조 새콤달콤한 향에서 호두, 향나무 향이 솔솔 풍겨난다. 부드러운 질감 속에 단맛도 아련히 느낄 수 있다. 00원, 니혼슈코리아.
5 코시노칸쵸배 긴죠 나마죠조슈 향이 산뜻하고 맛이 부드럽다. 혀에 여운이 길게 남지 않고, 목넘김이 경쾌하고 깔끔한 타입이다. 아주 차게 해서 마시는 게 좋다. 2만~2만5천원대, 태산주류.
6 일품 준마이슈 처음에 입에 대면 은근슬쩍 신맛이 나고, 끝맛은 쌉쌀한 편이다. 향이 거의 없어서 같이 먹는 요리의 맛을 잘 살려준다. 차갑게 마셔도 좋고 데워마셔도 좋은 사케. 8~9만원대, 태산주류.
7 모리타 하나후게츠 꽃향이 진한 편인데 그윽하게 묻어나 부담스럽진 않다. 목넘김이 유난히 부드럽고, 요리와 마셔도 좋지만 식전주로 잘 어울린다. 8~9만원대, 태산주류.

 

1 핫토리
2 밥스터스캣스토리지

사케 고르는 법
카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시라, 샤르도네…. 와인을 이해하는 데 있어 꼭 머릿 속에 입력해 두어야 하는 단어들이다. 사케에도 꼭 그와 같은 단어들이 있다. 사케 리스트, 사케 라벨을 들출 때마다 나오는 이 용어들은 재료에 따른 분류, 쌀을 깍아낸 정도에 따라 구분해 놓은 것들이다. 사케는 원래 물, 쌀, 누룩을 가지고 만들었다. 그러다 전쟁을 거치면서 여기에 양조용 알코올을 첨가했고, 그 후엔 산미료, 당류를 넣게 됐다. 적은 양의 쌀로 많은 양의 알코올을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차례로 호명해 보자면 ‘준마이슈’, ‘혼죠조슈’, ‘후츠슈’라 한다. 두번째로 꼭 알아두어야 할 것들은 쌀을 깍아내고 남은 비율, 즉 정미율에 따른 분류 명칭들이다. 쌀 표면엔 단백질이나 지방 등이 많은데 이런 영양소가 술 만들 때는 썩 도움이 안 된다. 쌀을 많이 깎아 만들수록 더 정제된, 고급 사케가 나온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이긴죠’는 정미율 50%의 쌀로 만든 사케를, ‘긴죠’는 60%, ‘혼죠조’는 30% 깍아내고 남은 쌀로 만든 거다. 사케 리스트 혹은 사케 라벨에서 ‘준마이 다이긴죠’란 말을 본다면 ‘아~ 최소 50%이상 깎아 내고 남은 쌀만을 가지고 오직 물과 누룩만 써서 만든 술이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된다.


그럼 맛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힌트들은? 와인처럼 포도 품종과 혼합 비율에 따라 달라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쌀 품종에 따른 맛의 편차는 와인만큼 뚜렷하지는 않다. 쌀 품종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니혼슈도’와 ‘산도’다. 사케 라벨에서도, 사케 리스트에서도 이들 두가지는 기본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니혼슈도에서 +는 산도, 즉 입안에서 얼마나 경쾌한지를 표현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드라이하다’는 뜻이다. 화이트 와인에서 말하는 ‘드라이함’과 동일한데, 사케에서는 ‘가라구치’라 표현한다. - 수치는 단맛의 정도를 나타낸다. 사케 식으로 얘기하면 ‘아마구치’가 얼마 정도 되는지를 뜻한다.
사케 종류가 여럿일 때는 와인과 비슷한 원칙을 적용하면 순서를 정하기 쉽다. 즉, 담백한 맛의 사케부터 진한 맛으로, 산도가 높은 것부터 시작해 달콤한 쪽으로 옮겨가는 게 좋다. 신선한 사케와 숙성시킨 사케가 있다면 전자가 우선이다. 온도에 있어서는 먼저 낮은 온도의 사케를 먼저 마시고 온도를 높여가며 마시는 것을 권하고 싶다. 음식에 어울리는 사케를 고르는 데에는 좀더 공부가 필요하다. 음식 맛의 강도에 따라 사케를 매치해야 한다. 간이 강하고 기름기가 두둑한 중국 음식과 함께 담백한 사케를 고르는 것은 좋은 매칭이라 할 수 없다. 음식과 사케의 매칭에 대한 시도는 일단 위에서 언급한 사케에 대한 기본을 익힌 후에 서서히 해보았음 한다. 그럼 그동안은 어떻게 하냐고? 우리가 와인바에서 소믈리에 도움을 받는 것이 자연스럽듯 사케 리스트를 가져다 준 직원을 다시 불러 도움을 청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글·김혜주(알텐데북스 대표/<사케류> 저자)

 

SAKE HAVEN
* 오기
미국 사람들이 먹는 캐주얼한 일식에 입이 길들여졌다면 ‘오기’가 제격이다. 캘리포니아 롤이 들어간 스시, 쇠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샐러드 등 낯설지 않은 메뉴들이 많기 때문이다. 밝고 담백한 실내 인테리어 덕에 술 없이 밥만 먹으러 가도 편안한 곳이다. 가로수길 메인스트리트 ‘커피스미스’ 2층 3445-3373
* 하시 ‘물’ 좋다고 소문난 집이다. 사케도 음식도 ‘착한’ 값은 아니지만, 복작거리는 분위기에 자꾸 발걸음을 하게 된다. 쫄깃하고 상큼한 참복 타다키, 광어와 해삼 내장이 짭짤한 맛을 내는 히라메 고노와다가 인기 메뉴. 청담동 프리마호텔 뒤 세븐일레븐븐 옆. 516-2712
* 핫토리 단체 술자리, 술 마시다 남의 일행과도 친해지는 술자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훈훈한 분위기는 엉뚱하고 재미있는 오너 셰프 덕분. 내용물이 꽉 들어찬 고로케류의 인기가 좋고, 회 맛은 월~수요일이 좋다. 좌석이 많지 않으니 미리 예약 전화를 해두는 게 좋다. 이태원에서 남산 경리단길 방향. 792-1975
* 다이도코로 재일교포 주인과 일본인 아내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선술집보다는 고급 가정식집에 가깝다. 공간을 여유 있게 구성해 모임 장소로 좋다. 주머니가 두둑한 날엔 매일 최고의 재료로 만들어내는 ‘알아서’ 코스를, 얄팍한 날엔 일식 롤과 샐러드 등 단품을 추천한다. 한남동 UN빌리지 맞은 편. 792-7000


posted by 포크다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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