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남녀 2009. 6. 23. 00:48

사랑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엔도르핀’의 생성 주기는 길어야 2년이다. 이후 사랑이 식어가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변화. 그러나 믿음과 신뢰의 중요성도 간과할 순 없다. 오랜 연애 기간을 가진 커플과 짧은 만남으로 바로 결혼에 이른 커플, 이들은 어떠한 장단점을 갖고 있을까?

만남과 이별이 변화무쌍하게 이뤄지는 현실을 뒤로하고 주변에서 ‘결혼’에 이르는 수많은 커플을 본다. 물론 이 중엔 설렘을 갖기에 충분한 6개월 남짓 짧은 연애 기간을 가진 이들도 있지만 5년, 10년 넘는 기간 동안 사랑과 믿음을 키워온 커플도 많다. 실례로 얼마 전 오랜 연인과 결실을 맺은 영화배우 박해일과 감우성을 두고 순정파인 멋진 남성이라는 칭찬이 자자했다.

단, 믿음과 편안함 위에 처음 상대에게 설렘을 느꼈던 ‘도파민’이란 호르몬을 뇌에서 다시 생성해낼 수 있는지가 이들의 관건. 단기 연애 커플의 경우도 장단점은 무수히 많다. 서로에 대한 환상이 아직 남아 있기에 참된 의미의 신혼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 크게 매력적이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나 믿음을 쌓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한 것.

의무감? 난 진짜 느끼거든

솔직히 말해 만난 지 3개월이 지나면 두근거리던 심장도 점차 제자리를 찾고, 반짝이던 눈동자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즉 만나도 별다른 떨림을 느끼기가 어려워지는 것.

 오랜 기간 연애한 커플이 편안하고 좋음에도 2% 부족하게 여겨지는 것은 바로 이 첫 경험에 대한 긴장감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뭘 해도 흥이 나지 않고, 꿈에서 채 헤어나지 못해야 할 신혼이지만 이미 섹스의 즐거움도 떠난 지 오래. 한마디로 오랜 연애 기간이 결혼 생활에 독이 되는 케이스다.

이런 경우 추억과 애정도 있지만 두 사람의 관계 사이에 새로움을 더하지 못하면 결정적인 불화와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연애 기간 동안 속궁합을 맞춰본 커플이라면 평소보다 터프한 모습으로 잠자리에서 상대방을 리드해보거나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둘만의 무료함을 극복해보자. 특히 예기치 않은 데이트를 만들어 안경을 쓴다든가 옷이나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어 시각적으로 새로움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와 달리 6개월 남짓한 연애 시절도 보내지 못하고 결혼식을 올렸다면 아직 상대로 인해 설레는 것은 당연한 일. 새로운 일에 부딪치면 느끼는 묘한 흥분 같은 것이 생기게 된다. 일례로 영화 <애인>을 보면 결혼 한 달 전, 7년이란 기간을 함께한 상대를 뒤로한 채 한 달 남짓 만난 남자를 운명으로 느끼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만난 ‘정’보단 끌어당기는 ‘설렘’에 사람이 이끌리는 감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외모적으로도 충분히 끌리는 이들에게 섹스는 아직도 흥분 그 자체이다. 그러나 정상적인 데이트는커녕 분주한 결혼 준비로 아직 상대방을 채 파악하기도 전 결혼에 골인한 경우라면, 이렇게 감정이 끌릴 때 서로를 알아가는 노력과 맞추는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을 열고 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
 
원래 그러려니, 전혀 새로운 사람?

오래 만난 커플의 경우 실제로 결혼이 그다지 달라진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굳이 달라진 점을 꼽자면 혼인 서약이 증명하는 확실하고 든든한 동반자를 얻었다는 것뿐.

너무 익숙하기에 만나고 나면 매사가 시들하고 시큰둥한 부분도 있지만 서로를 사랑한다는 믿음과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감으로 만들어진 이들은 함부로 침범하기 어려운 고유 영역을 갖고 있다.

이런 요인 때문에 이들이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특히 때론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언어나 태도도 상대의 성격과 성향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게 된다. 즉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인 부부의 의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서로간에 친근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과정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특히 결혼 전에 서로에 대해 알 시간이 부족했다면, 자칫 좀더 잘 보이기 위해 취했던 제스처로만 상대를 파악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소위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준다’는 연애 시절 그의 젠틀하고 다정했던 모습이 평생 가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진리이니 미소 속에 감춰진 그의 실체에 놀라지 말 것.

실제 부부 생활을 하면 크고 작은 트러블에 부딪치고, 그로 인해 얼굴을 붉히게 되는 일 또한 비일비재하다.

아직 상대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어느 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상대에게 대처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또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남편이나 아내가 언제나 그리던 키다리 아저씨나 숲 속 공주의 모습으로 평생 연기를 하며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

불화를 막아주는 추억들, 해결점 없는 트러블

남녀 관계에서 소위 ‘콩깍지’의 유효 기간은 짧게는 3개월에서 길어야 1년이라고 한다. 1년쯤 지나면 그동안 무조건 예쁘고 멋있게 보였던 반쪽의 단점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온다는 소리다. 그때부턴 트러블이 생길 경우 싸움으로 이어지고 다소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진다.

또한 배려나 화해의 노력도 소홀해지기 쉽다. 만약 ‘난 안 그럴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온 삶 속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주변인과의 트러블들을 생각해보길. 즉 부부 싸움은 결혼과 함께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인데, 오랜 연애 커플에겐 잘만 하면 부부 싸움이 보약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너무 익숙한 나머지 상대에게 함부로 대한 적이 많았다면 다툼을 계기로 연애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미안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어 사랑을 더욱 견고하게 한다. 특히 맨 처음 손을 잡았던 그 자리, 첫 키스를 나눴던 바로 그 장소를 함께 찾아간다면 처음엔 어색한 웃음이 날지도 모르지만 그때의 설레던 기분을 되돌릴 수도 있다.

서로 알아갈 시간이 부족한 커플 사이에서는 무심코 “네가 뭘 알아?” 등의 자존심이 상하는 소리를 했을 때, 상대방이 받게 되는 상처는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깊게 자리잡는다. 특히 그동안 서로에 대해 좋은 이미지만 간직했던 터라 낯선 상황으로 인해 서로 어색해하고, 부딪히기를 꺼려하게 되는 경우가 태반. 이런 경우 혼자 꼭 쥐고 앉아 골몰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다툼은 언제나 있을 수 있으므로 가장 확실한 해결법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잘잘못을 논하고 빠른 시일 내에 화해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서로의 민감한 감정을 건드렸다고 무작정 모른 척 쉬쉬하거나 피하다 보면 결국엔 상처는 곪아 터지고 흉이 남게 된다. 중요한 것은 알면서도 병을 키우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익숙한 안식처, 누구한테 얘기를…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부딪치는 경우가 잦으면 그에 따라 스트레스와 함께 마음에 상처가 생긴다. 이럴 때 누구보다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는 바로 배우자다. 특히 친구들이 하나 둘 각자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생기는 경우 더욱 그렇다.

상대방 집안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 정도로 오랜 연애 기간을 거쳤다면 설명 없이도 표정만으로 짐작하여 충분히 위로를 해줄 수 있으며, 굳이 말하기 싫은 상대방의 상처를 들추어내지 않고도 힘이 되는 말을 건넬 수 있다. 이런 부분이야말로 오래된 친구이자 연인으로, 그리고 배우자로 발전한 두 사람이 커다란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달리 단기 연애 커플의 경우 아직은 설레고 상대방이 생소한 단계로, 서로에 대해 편안한 안식처가 되기보다는 상대방을 파악하는 것도 아직은 어설프다. 하루 일과를 털어놓는 말동무가 되기보다는 힘든 모습을 보여주기 싫거나, 평소 본인의 성향이나 살아온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사실 편안함을 느끼기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 조금씩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고 본인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 곧바로 상대방이 오랜 친구가 되어줄 순 없지만 평생 친구는 되어줄 수 있기 때문.
posted by 포크다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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