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태크 2009. 8. 7. 00:01

재테크는 분석과 통계의 영역이다. 하지만 어차피 사람 일이다. 그래서 심리학자가 더 잘 할 수 있는 걸까?      

 

 




 인생의 30%를 투자에 쓰는 사람이 있다. 수입의 30%가 아니라.
그 친구와 이야기할 땐, 아무리 다른 얘기로 돌려도 여지없이‘돈’으로 주제가 흐른다.“이달엔 일이 힘들었어, 아무래도 대리를 달아서 그런가 봐, 월급도 생각보다 많이 오른 것 같아, 적금을 하나 더부을까? 그런데 왜 내 펀드는 아직도 원금 근처에 오지도 못하고 있을까? 그 직원의 추천을받는 게 아니었어.” 맞장구를 쳐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걸 그를 통해 처음 느꼈다. 그는 또 재테크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불안하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그도 그럴 것이 재테크투자 정보를 대머리 아저씨가 머리카락 모으듯 철저하게 챙기기 때문이다. 최근에 그는 중국신문을 읽는다고 했다.“글로벌 경제가 차츰 나아질수록 중국 주식이 더 빛을 볼 거라는의견이 많아. 중국 기업에 투자하려면 현지 소식 정도는 실시간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어?”

 

인생에 즐기고 놀 것이 차고 넘치는데 그중 30%나 ‘걱정’에 투자한다는 것은 피곤하기만하다.
알고 싶지도 않고 알 수도 없는 미래를 괜히 예측하고, 그 바람에 또 지레 불안해하는 재테크 활동이야말로 머리보다 마음을 더 고생하는 심리적인 극기훈련 아닌가? 그러던 중놀라운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독일의 한 연구팀이 수학, 물리학, 심리학, 경제학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누가 더 주식 투자에 성공적인가를 조사했다고 한다. 결과는 심리학 전공자들의 승리. 당장 심리학 교수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재테크 성과를 물었다. 답변은 잘 돌아오지 않았다. 심리학자는 기본적으로 돈을 불리는 재테크에 큰 관심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돈보다는 인간에 관심을 두는 학문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들을 수 있었다. 어쩌면 돈 앞에서의‘무관심’이 재테크의 성공 요인이 아닐까? 확인할 수는 없었다. 대신 심리학자들이 재테크를 접근하는 방법과 경로에 대해 물었다.

 

독일 연구가들의 연구 이전에, 일본에서 진행한 유명한 사회 실험이 있다.
경제학자와 원숭이에게 똑같은 기간 동안 주식 투자를 시킨 뒤 결과를 비교한 실험이다. 경제학자는 자기가 알고 있는 경제 논리에 기반해 복잡다단한 선택을 반복했고, 원숭이는 그저 ‘찍었다’.결과는 원숭이의 승리.“주식 투자 앞에선 이론이나 분석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전형적인 실험이다. 그만큼 투자는 예측이 어렵다. 심리학자가 다른 경제 관련 전공자들에 비해 재테크 실적이 좋게 나왔다면, 그건 아마‘랜덤’이 더 유리했던 이 실험과 비슷한 맥락일 수 있다.”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양윤 교수의 말이다. 그렇다고 그‘랜덤’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다. 경제학이나 수학 전공자는 합리성을 모든 논리의 근거로 둔다면, 심리학자는 인간은 합리적인 행동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제한된 합리성’을 주창하는 차이다. 하나의 사건을 볼 때, 합리적인가 비합리적인가에 대한 판단을 명확히 하지 않는대신 추상, 상상, 주관을 더 중요하게 본다. 통계에 의존하면서도 숫자 이면에 숨겨진 것을 더 추리하려고 한다. 양윤 교수는“정확한 답을 찾지 않는 심리학자들은 우연히 맞을 수 있는가능성이 더 많은 셈이다. 정답이 아닐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틀리지 않을 가능성도 꽤 있다. 확정적인 경제학자의 답은 정답이 아닐 경우 오차가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고 말한다.사회심리학자 최창호 박사 역시 “계량 수학으로 투자와 주식, 재테크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로또 번호를 추출해서 예측통계치를 뽑아내고 그 번호를 계속 살 경우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다름없지 않냐”며 재테크는 완전히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심리학자들의 재테크 성적이 높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심리학자들이‘소 뒷발에 쥐 잡기’식 재테크를 한다는 건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재테크 정보를 모을 때 투자자 심리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그렇게 모은 정보는 신중에 신중을더해 판단한다. 경제학자들이 법칙을 세우고 이를 발전시켜 더 완벽한 법칙을 만드는 게 주업무라면, 심리학자들은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각도로 보고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해 이를‘이해’하려 한다.(심리학이 여러 학문과 연계 연구가 많이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윤교수는“심리학자들은 경제에서 말하는 결정 모형이나 이론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 신문이나 잡지의 정보도 액면 그대로 믿지 않고 항상 또 다른 변수가 있지 않을까 고민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심리학자는 모든 정보를 주관적으로 분석하고 분해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군중의 투자 심리를 다양하게 해석하고 나면, 자신의 투자를 냉철하고 의연하게 판단할수 있다는 뜻이다.

 

심리학자처럼 투자하려면, ‘대니얼카너먼’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투자자들의 경제 활동을 심리학 관점에서 해석해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인물이다. 10% 오른 주식과 10%떨어진 주식 중 하나를 팔아야 한다면 대부분은 오른 주식을 판다는 ‘손실기피 감정’,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고 불확실성을 무시하면서 스스로 판단이 흐려져 투자 손실을 본다는‘낙관주의 편견’등을 이야기했다. 어차피 재테크는 만능 공식도 없고 절대 정보도 없다. 돈 앞에서의 사람 심리가 변수다. 심리학자는 그걸 알고 있다.

posted by 포크다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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